조회 : 1,316

여백..


BY 2006-07-06

전 낙서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붓을 가지고도 낙서를 하고..

그림을 그리고..

생각을 하고..

명상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한가지씩 깨달음이 있습니다.

내 마음에 무엇인가 허전한 것이 있구나..

무엇일까!

 

명상을 하다 보면..

까만 타원의 형상이 보이고..

그 가운데로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 빛을 따라 한없이 가다보면..

심란한 내 마음이 보이고..

어쩔땐 또 다른 이야기가 보이기도 하지요.

잠시후..

주위도 조용해지고..

나도 밑으로 갈아 앉아 그저 마음자리가 편안해 집니다.

여백에 그림을 채우듯 인생을 이어갑니다.

 

가끔 사주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합니다.

커다란 백지 위에 난 그림을 그리는 구나..

손님의 타고난 생년월일시로 그 사람의 인생을

그림 그리고, 써 내려 가는 구나..

어떤 사람이든 위기가 있고, 그 위기를 잘 이끌어갈

필체가 과연 무엇이란 말이냐를 놓고..

고심하고 마지막 힘을 가합니다.

 

오늘 오셨던 손님도 그랬습니다.

손님은 졸졸히 당신의 이야기를 하십니다.

요점도 없고, 말의 내용도 없습니다.

남편의 이야기도 아이들의 이야기도 사실은...

커다란 문제가 없습니다.

제가 다른 분들과의 비교 간명한 결과로..

이 손님의 여백..마음의 자리는 너무도

작아 그저 모든 것이 불만 이십니다.

아이들이 공부 못하는 것도.

남편이 술을 좋아하는 것도.

시집 식구들이 투덜거리며 자신을 미워하는 것도.

그저 용서가 안되고, 싫고, 답답한 것입니다.

별거 아닌 일 가지고 화가 나고,

쓸데없는 걱정으로 남편을 닦달하고,

시부모 욕을 밥 먹듯 하고,

모두가 관심 밖이라고 생각을 해요.

사실은 마음 자리가 작아 그런 것인데요..

 

이럴 경우엔 마음을 다른 곳으로 돌려요.

왜 결혼을 하셨지요?

왜 남편을 선택하셨지요?

왜 아이들을 낳으셨지요?

왜 지금 사시고 계세요?

 

사주상 나와 있는 화두는 아닙니다.

 

그저 사주쟁이가 던진 여백에 그림을 어떻게 그릴지를

바라보는 것입니다.

어쩌다 보니..이렇게 왔네요.

이분의 그림은 이랬습니다.

한번도 주인공으로 자신을 일궈 본 적이 없습니다.

주인공인 자신이 무엇을 어찌하며 살아왔는지 모르니..

당연히 불만의 고리는 깊지요.

오늘부터 다시 시작 한다 하고 사시라 했습니다.

왜냐면..

사람들은 괜실히 불만을 만들어내며 삽니다.

 

이를테면 결혼 했을때 친정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모든 여자에게 물으면 답을 이렇게 말 할때가 많습니다.

꼭 반대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냥..

반대를 해야만 가치가 올라가는 것 처럼..

사실의 마음은 반대를 하는 속에서도 우리의 꽃은 피웠습니다.

라는 전제가 더욱 깔려 있는데 말이지요.

 

본질은 다른데..말은 마음을 속이고 다른 말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표현을 하는 삶..이것은 자신의 여백을 만들어 가는 삶이라 봅니다.

불만이란 것도 표현을 못해서 오는 결과물 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겠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머리에서 이것저것 엉키다가..

그냥 화만 꽉 차여서..

주인공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

 

심연의 자신의 본질을 찾으세요.

힘든 것도 본성을 잃어버려서 그렇고,

그림을 그릴려고 붓을 들었는데도

그림 그릴 자리가 없다면, 순간의 여백을 만들지 못해서

그런것이예요.

 

나중에 산으로.

나중에 시골로..

나중에 내 갈 곳으로..

 

종국에 그림은 자신의 마음이란 것을 알면서도..

그저 생활의 도피처만을 찾아 가려고 하는데..

 

아파트 꼭대기에서도..

비가 세는 집에서도..

신호등 앞에서도..

도심의 한복판에서도..

 

내 본연의 여백을 그림 그릴 줄 알게 된다면..

사실은 삶이 편해집니다.

오늘 오신 손님도 그런 과정을 하나 하나 알아간다면..

저 심하게 울리는 경적 소리 안에서도

마음이 편해 질 수 있을 거에요.

 

탓하면 무엇하겠어요.

욕하면 무엇하겠어요.

그래 봐야..

같은 동시대의 같은 주인공들 아닌가요..

 

가만히 앉아 깊이 들어가면..

용서라는 심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용서 입니다.

그 용서를 알게 된다면 참 편해집니다.

특히 가족을 용서하는 습을 같는다면..

다른 사회의 모든 것도 용서 안으로 오게 될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꾸물꾸물한 하늘에 여백을

만들어 봅니다.

먹장 구름이 밀고 들어와도.

하늘의 이치는 밝은 빛으로 흐르겠지요.

우리가 가고자 하는 빛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