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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빽.


BY 2006-07-04

깨밭을 지납니다.

쌉쌀음한 깻잎 내음이 표시나게 콧끝을 자극 합니다.

한장을 때내어 음미 합니다.

향이 진하군요.

혼자 느끼기엔 아깝구나..

\' 여보...\'

앞서거니.. 아빠의 팔짱을 끼고, 남편과 딸이 걸어 갑니다.

여름 풍경속의 다정한 모습 입니다.

벌써 커서 제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누다니..

나도 아버지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이렇게 구적구적 비가 오는 날엔..

처마에 앉아 빗소리를 즐기고 있는 딸을 위하여.

만두도 사다주시고, 떡복기도 사다주시고..

같이 앉아 그 빗소리를 즐겨주셨는데..

세월은 그 추억을 뒤로 하고 멀리멀리...

딸에게 양보를 했네요.

참 무심한 세월 입니다.

 

\" 편모란다..난 그게 제일 걸려.\"

친구들끼리 오셨네요.

아들의 궁합을 보러 오셨는데..

친구분에게 자신의 며느리 될 사람이 편모 슬하에서

컸다는 것을 책망 하시며, 싫어 하는 눈치 입니다.

\" 어머 그런데도 잘 컸네..똑똑은 한가 보다 \"

 

간명을 하는 동안 두분의 대화가 깁니다.

 

사실 한쪽 부모 없는 것이 누구의 책임 이겠습니까!

원래는 혼자 키운 어머니도 대단한 분이니.. 상을 줘야 하고..

양부모의 사랑을 받아도 삐뚫어지는 지는 친구도 많은데..

한분의 사랑만으로도 잘 컸으니..이 또한 상을 받아야 지당한데..

공평치 못한 대화는 왠지 내 마음을 헝클어 놉습니다.

 

궁합은 좋았습니다.

\" 좋은 인연이니 잘 살겠습니다. 남자는 목이고 여자는 수이니..

  남자가 앞서면 여자가 뒤에서 보좌하며 잘 살겠군요\"

\" 그래요..근데 여자애가 버릇이 좀 없는 거 같던데..\"

\" 궁합 문제는 좋구요.. 물으신 문제는 성격궁인데 이만하면

  성격도 좋아요...내 집 사람 만들려면 잘 가르쳐서 사셔야지요 \"

\" 요즘 사람들 가르쳐도 말을 듣나요. 워낙 고집들이 세서..\"

\" 고집이 세다는 것은 내 고집도 세니 느끼는 것입니다.

  내 고집 조금 참고, 너도 잘하고 나도 잘해보자 라 하시면 괜히

  억지 부리겠어요..살살 달래서 살아야지요 \"

뻘줌한지 미소가 싱겁습니다.

\" 아들에게도 잘 하겠지요?\"

\" 네 잘해요. 똑똑한 친구라 아들 보좌 잘 맞춰요\"

\" 아버지가 없어서..그게 좀 깨름직해요\"

여전히 그 숙제가 안 풀리니.. 머리속에서 맴도는 것입니다.

\" 이 친구 아버지 안계시니 더욱 열심히 살았을 거예요.

  마음이 강한 친구라 일도 잘하고, 남편에게도 더 할 나위 없이

  편하게 잘해요. 아들에게 물어 보세요..그런가 안 그런가..\"

 

사실 위의 말은 사주에 나와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자존심이 강한 친구인데..괜히 자존심 강하다 했다가는 무슨 말을

어떻게 며느리에게 할지 몰라 조심스럽게.. 좋은 말들을 골라

이야기 해줍니다.

\" 그리고 대견하네요. 참 며느리 잘 보셨습니다 \"

 

말을 맺어놓고도 나도 마음이 아팠습니다.

우리 막둥이도 다음에 이런 소리를 혹여 듣지 않을까..해서..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은..있는 존재 만으로도 커다란 빽입니다.

 

어떤 죄수는 매일 오는 어머니의 정성으로 형이 삭감이 되었고..

어떤 단명 할 수의 인연은 어머니의 기도로서 선신들이 도와 주셨습니다.

직장 명퇴의 위기 때에도 부모을 모신다는 명목으로 명퇴를 당하지

않았었고,

아들의 폭행죄를 집어 넣은 부모에게 아버지는 무릎을 꿇어

아들의 죄를 대신했습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도 이 장면은 있었지요.

 

예전 저 학교 다닐때 부모 안 계신 친구가 있었습니다.

편견이 심한 선생님 한분이 계셨는데..걸핍하면 그 친구를

불러서 닥달하는 것입니다.

기질적으로 강한 면은 있었지만, 특별이 나쁜 친구는 아니었는데..

끝내 그 친구는 자퇴를 하고 말았지요.

잘못된 선생님의 시선 때문에 한 친구의 앞날은 쑥대밭이 된 것입니다.

 

사람의 인관관계의 기본은 부모님 이십니다.

부모님이 안계신것은 커다란 마음의 안정선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 안정선이 없는 것도 마음 아픈 일인데..

그것이 없다는 이유로 상처를 준다면..참으로

배우지 못한 인격 입니다.

 

물론 반듯하게 부모 밑에서 자란 인물이 좋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예전하고 달리 교육이 많이 발달했습니다.

요즘엔 부모하고 있는 시간 보다, 선생님들과 있는 시간이

더욱 많습니다.

아니 결론은 사회의 어울림 속에 있는 시간이 더 많지요.

문화라든지 tv 라든지..인터넷 이라든지..

이런 매체의 영향으로 아이들의 인격 형성이 되어 갑니다.

그러므로 누가 없어서..

누구로 인하여..

누구 때문에..

이런 이야기로 상대를 공격한다면.. 그도 별로 좋은 인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사주상으로도 육친의 덕을 우선으로 꼽았으나..

지금은 육친의 덕을 인생의 스승을 어떻게 만나느냐로

힘을 더 기우립니다.

좋은 스승을 만나 그 아이의 인격이 수행이 되고,

그로 인하여 바른 인성속에 다시 그 아이가 스승이

되어 가는 윤회..이게 더욱 바람직 하지 않을까요.

 

부모의 살을 빌어 세상에 하나의 점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점의 시작이 세상의 시작이요..

믿음의 시작 입니다.

그 원체가 죽었다하여..점까지 없다는 것은 억지 입니다.

부모의 근원도 우리 이고.. 그 근원을 어떻게 곱고..

기쁘게 만들까도 우리라 봅니다.

 

시어머니의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시어머니도 아들을 염려해서 그러겠지요.

그 마음은 알지만, 사주쟁이는 편견을 못 견디겠습니다.

 

깻잎향이 그윽한 둑에서..

남편과 딸은 다정하게 걸어갑니다.

나는 우리 아버지의 추억과 같이 걸어갑니다.

그 추억속의 아버지는 딸을 그저 좋은 눈으로

이쁜 눈으로 바라 보십니다.

아버지..

나의 아버지..

세월은 나를 아버지의 향으로 가득 채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