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만의 한적함 이다..
바람이 유난히 분다.
봄바람 치고..
지독히 부는 것을 보니 올 더위도 무시 할 수없겠다.
절기가 지독해지니 사람도 지독해 지나..
쓸쓸한 웃음이 핀다.
자식 이야기를 하려면..언제나 내 마음 먼저
애린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한치 틀림이 없다.
나와 인연이 된 애들이 셋이다 보니 그 셋이 주는 희비극이
삶이 전부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와 친한 한분이 오셨다.
그 분 뒤를 어떤 한분이 따라 오신다.
휴게실로 아는 분이 알아서 가시고, 뒤를 따라
오신 분이 나와 마주 앉았다.
억지로 오신 것이 당연하다.
얼굴에 핏기도 없고, 노오란 것이 곧 저승길 예약한 분 같았다.
\' 얼굴빛이 안 좋으세요\'
\' ...\'
\' 말씀하기 싫으셔도 해야해요?\'
\' 아니요\'
\' 그럼 차 한잔 하실래요?\'
끄덕끄덕.
녹차 두잔을 띄우고, 다시 이야기를 한다.
\' 얼굴빛이 왜 그럴까요?\'
..
\' 얼굴색이 그런 이유는 분명 원인이 있답니다\'
다시 끄덕끄덕..
\' 큰애가 얼마전에 교통사고로..\'
요즘따라 유독 지독한 아픔만 가지고 오신다.
원래 사람 팔자에 주기가 있다.
내 인연도 그 주기를 따라 가는 가 보다.
\' 그런데 자꾸 꿈에 나와요..피가 번벅이 되서..\'
\' 천도는 해 주셨어요?\'
\' 네..아는 절에서 했어요\'
\' 그럼 절에가서 백일 기도를 드려 보세요. 백일 기도 드려보고
그다음에 저에게 오시든지..아마 그때쯤이면 안 오셔도 될거예요\'
\' 그런데 그애 가고 서 부터 남편의 일도 잘 안되요. 저도 아프고..\'
\' 원래 일이란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와요..길을 닦는다 그러지요?
그렇게 길 닦음이 되면 풀리는 것도 그렇게 풀려요. 우선 사주를
풀어 보지요..\'
사주를 푼다는 것은 원인을 알아보는 것이다.
만약 풀어서 보안을 할 것이 있으면 보안을 하고..
뺄 것이 있으면 빼 보아야 한다.
가족의 사주를 받아 놓고, 한숨을 쉬었다.
좀 일찍 오시지..
아들이 비명횡사 안해도 될 것을..
할 수 없지 인연이 그런걸..
믿는 다는 것이 옹골저서 알려줘도 모를 경우가 있다.
그도 마음법이라 시간이 해결한다.
남편의 사주는 자식덕이 있다.
이를 테면 본인의 사주보다 가족의 구성원들의 사주가 더
좋아 벌어 먹는데, 이상이 없었던 것이다.
자손덕으로 벌어 먹고 살았는데..그 복덩이가 비명을 했으니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말을 해주고 나니..엄마는 더욱 슬프게 운다.
우는 모습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보지만, 오늘 처럼 서러운 적도
없었다.
갑자기 아이들이 보고 싶어졌다.
\'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 우선 제가 알려주는데로 하시고, 부수적으로 기분 전환를 하세요\'
어떤 도사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산 사람보다 죽은 사람이 불쌍해..
산 사람 처분을 바라고 있어야 하니 말야..
그래..
산사람은 어떻게든 산다.
그러나 죽은 사람은 산사람이 주면 먹어야 하고, 입혀 줘야만 입는다.
특히 자살이나 비명 횡사 일때는 더욱 그러했다.
지금은 코앞만 보고 사는 터라 다음 생까지 걱정한다는 것이
시대상 맞지 않는다 하겠지만, 먹고 살기 힘든 시절도 다음을
생각 했는데..지금, 이 풍요로운 시대에 다음이 없다면 희망이 없지
않겠는가!
식은 녹차를 한번에 다 잡수신다.
\' 아들은 아들이고 남은 사람 생각해서 몸 좀 추수리세요.
동생도 있고..아저씨도 잘 돌봐 드려야지요\'
\' 어디가서 보니까..원래는 아버지가 죽어야 하는데 아들이 죽었다고
했어요..그게 사실이예요?\'
\' 이미 지난 것은 생각하지 마세요. 아버지가 죽을 것을 아들이 죽었다면
그말 듣는 아버지 맘이 어떻겠어요. 이미 지난 일로 지금의 불행을
만들지 말란 말이예요\'
\' 그럼 아니지요?\'
\' 네 아니예요. 아들의 운명도 거기까지 였겠고, 지금은 아버지
일 잘되서 산 사람들이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범을 찾는 것이
더 좋은 팔자로 가는 길이겠어요\'
안심을 시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팔자를 정확하게 추리하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그 팔자를 우회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도 내 기술이다.
선함이 뭐고, 악함이 뭔가!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것인가!
팔자를 일러주고 그게 맞다 안맞다를 유추하는 것 보다..
그가 가지고 있는 최대의 장점을 살려주는 것이 좋은 사주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친다..
잊을 것은 빨리 잊도록 해야 한다.
그 원인으로 인해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하면 안되니까!
싸늘해진 녹차의 울어난 맛은 떫었다.
제 시각에 먹었으면 구수하니 좋았을 맛을...제시간이 아니므로
떫은 맛으로 즐겨야 한다.
세월도 만찬가지 이다.
좋았을 시간은 좋아야하고, 힘든 시간은 힘들어야 한다.
그러나 집착하고 연연했던 마음으로 시간을 부정하거나 슬퍼한다면
제 맛의 인생을 모르는 것이다.
아들이 죽어서 엄마는 슬프다.
그러나 그 인연도 거기까지 였다.
자식 먼저 보내는 맘 치고, 세상 살 맛 나겠냐 마는..
다른 가족의 안녕을 위해 엄마는 다시 살아야 한다.
그래서 엄마는 무섭고 대단한 것이다.
서슬퍼런 날씨처럼 마음 한켠에서 더 비범하게 살라 한다.
달관 보다 더 독한 약은 살고자 하는 욕망이다.
물욕은 버려야 하지만, 삶의 욕망은 있어야 한다.
비구름 사이로 햇빛이 기웃거린다.
그러다 다시 비구름이 덮는다.
천지가 다 으슥하다.
이런 날씨엔 가는 이도 많은데..하늘문이 열렸겠다.
부디..
잘 가소서..
미련 남기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