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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 언저리에 복사꽃 피면..


BY 2006-04-05

조금 있으면 복사꽃이 피겠군요..

진빛의 핑크가 몽울몽울 피면....

마음마저 설레 눈시울이 짖어집니다.

 

한참을 남편이야기..가족 이야기를 하다..

첫사랑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집에 오시는 손님은 사주도 보러 오지만,

추억도 되새김질 하러 오실때가 많습니다.

내가 가만 놔두질 않아요.

어떻게 만나셨어요?

어디서 만나셨어요?

누가 먼저 데이트 신청 하셨어요?

 

생활의 녹이 묻어 있는 여자들의 마음엔..

그때 그시절의 추억이 가장 아름답지요.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흩날리더라..

 

이 야하고 가슴 설레는 노랫가락은 그냥 나온게 아니지요..

 

첫사랑 이 귀한 이야기를 풀어 놓으시는 분은

연세가 많습니다.

지금의 사랑과는 달리 연세 있는 분의 사랑은 마음

준것 만으로도 만리장성 쌓은 애뜻함이 있습니다.

노곤노곤해지는 눈빛으로 그 시절로 돌아가는 폼새란..

질겨진 피부색이 어느새 연한 빛으로 변합니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기전 동네 오빠 였다고 하네요.

먼저 앞서 길을 가면 뒤 따라 오기만 한답니다.

뒤를 돌아보면 그냥 그대로 서 있다가..

다시 가면...또 따라 온데요.

진짜 영화 같습니다.

선물로 땔나무감을 새벽에 놓고 간답니다.

어머니는 괜히 두런 거렸지만, 좋아하는 눈치였답니다.

두번의 복사꽃이 피고 지고, 오빠는 기술 배우러 도시로

가고, 집에선 시집 보낼 생각만 하더래요.

속으론 그 오빠가 마음에 있었는데..표현도 못하고...

속 끓는 처녀 가슴...그때나 이때나 똑 같습니다.

아버지 따라 읍내로 나갔는데..다방으로 들어가더래요.

저쪽에서 한남자가 일어나 넙죽 반인사를 하더래요.

오빠는 쪽빠진 얼굴인데..이 사람은 두꺼비 같고, 마음에

안들었답니다.

그래도 할수 없이 어른들 소개니 있어야지요.

처음 커피도 마시고, 도란 도란 말은 잘 하더랍니다.

막차를 타고 집까지 같이 왔답니다.

어른들이 흡족해서 하루 자고 가라고 방을 내줬답니다.

몇번 싫다고 그러더니 못 이기는 척 하더래요.

어찌나 오빠가 그립던지..

다음날 모두 일하러 나가고, 동생들은 학교가고..

다시 남자랑 둘이 되었답니다.

서먹 서먹해서 얼른 가라고 제촉해도 안가고..빙글빙글

주위만 돌더래요.

그러더니 기습 뽀뽀를 하더래요.

붉어지는 볼이 그때 보다 더 이뻤습니다.

 

\' 난 뽀뽀만 하면 애가 생기는 줄만 알았어\'

 

그래서 할 수 없이 지금의 남편과 혼례를 치뤘답니다.

그 후 첫 아이 낳아 친정에 갔는데..

그 오빠 사장 되서 왔다네요.

우연히 길에서 봤는데..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쳐다보더래요..

가슴 시린 사랑이지요.

지금도 부자로 잘 살고 있데요.

\' 난 기껏해야 선생 마누라여\'

 

푸념 썩인 말이지만, 가슴에 못 이룬 추억하나 있는 것은

대단한 부자 입니다.

지금은 손자까지 보신 분의 사랑이 어찌나 풋풋한지..

시간이 줄달리기를 하는지 몰랐습니다.

\' 그래도 내 신랑이 최고지?\'

 

결론은 이것이면서..

 

우리가 갖은 것은 추억과 현실 입니다.

추억은 회고 할 수 있어 날 숨쉬게 하고..

현실은 지금의 추억을 만들기 위해 사는 것입니다.

 

비록 각박하고, 짜증나고, 다급해도..

이왕 사는거 좋은 추억꺼리를 예금하는 것도 삶의

지혜겠네요.

 

봄비가 창을 스치는 날에..

난 어르신의 사랑 이야기로 하루가 참 즐거웠습니다.

오늘 만큼만 풋풋했으면 좋겠습니다.

 

복사꽃 아래..청년과 처녀는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