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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까지 차오르다.


BY 2007-03-01

보고 싶어 오시는 분은 오시는 분이고..

정초에 할일은 미루지 말아야 하니..

모두 거두고 길을 나섰다.

 

보름전에 세배 드려야 할 곳도 많고

얼굴 안 뵈면 내 맘도 편치 않으니..

내 맘 여정 따라 가야 했다.

 

솔직한 심정은 산이 좋아 산을 간다.

 

\" 왔어..\"

두 손으로 손을 꼭 감싸 안으신다.

난 얼른 안아 드렸다.

 

차를 마시면 속은 참 편타.

거한 밥상 받는 것 보다

담소가 섞인 찻상이 여느 진수성찬 보다 좋다.

 

차 맛을 안다기 보다..그 안에 흐르는 입담이 더 좋으리라..

 

\" 아침에 절을 좀 했더니..이제 무릎이 말을 안듣네\"

세속 나이를 어스름 감 잡을 수 없는 스님은 무릎을 툭툭치며

말씀 하신다.

 

\" 이제 절은 좀 피하셔요..\"

\" 하..하..이짓 안하면 뭐 한데...\"

\" 일이 없으셔서 그러세요? 미안하잖아요..몸한테..\"

\" 하..하..\"

차 한모금을 넘겼다.

따라 주신다.

\" 머리는 이자.. 뭘 좀 알것 같은데..이자는 몸이 말을 안듣네..\"

\" 제가 뵈도 총기는 청년이신데....\"

\" 갈 때가 오니께 그러겠지요!\"

\" 스님...차 맛이 떫네요..\"

울컥해서 쉰 소리로 내뱉었다.

 

사람마다 존경하는 사람은 다 있겠지..

적어도 내가 바라본 이 분은 종교인으로 부처님 제자로 아직은

할 일이 많은 중생의 어머니 같은 분이시다.

가끔 이렇게 객적은 말을 뱉어 내면 가슴이 미어진다.

이런 맘도 없어야 한다고 말씀 하시는데..

미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대화는 길다.

 

고열로 시달치는데....쌀도 없는 집에서 병원 갈 엄두도 못내고

죽어도 할 수 없고..살면 고맙고..

엄마는 두판 잡고 무당한테 가셨더랜다.

죽을 팔자요..이 말 듣고..죽으면 송장 치지..

그런놈을 등에 업고, 고개를 넘어 집으로 가는데..

들은 가락은 있어...스님 만들면 산다기에..그 길로 절에

데려다 놓은 것이 스님 되기전 세속 이야기다.

 

눈물이 빙그르 돌았다.

그래...

 

사연 없는 집 없고, 아픔 없는 집 없겠것만..

예나 지금이나 왜 이 모진 세월은 가실 수가 없을까!

 

어머니가 지혜로우시네요..스님..

지혜롭기는 내 팔자가 이러니까..이렇게 되었것지..

 

팔자..그래 팔자는 있지..

 

사람의 머리가 웃겨서..

젊었을때는 지혜가 없어 좌충우돌 암담한 젊음을 겪는다.

한달..아니 단 하루의 앞날도 예시 못하고

몸이 시키는대로 움직인다.

스스로 습을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놈은 공부 하는 쪽으로 습을 만들어 버리고..

노는 일 잘 하는 놈은 노는 것 위주로 습을 만들어 버리고..

돈이 필요한 놈은 돈을 버는데 습을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몸을 단련시킨다.

이것이 초년의 사람이 겪는 똑 같은 일생이다.

 

단, 부모라는 스승이 있어 이 습을 어떤 쪽으로 길라잡이를

해주느냐에 따라 인생의 울타리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젊은 날에는 머리 보다 몸이 시키는 일을 많이 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감에 경험도 쌓고, 사람과 치대어 살다 보면

나름대로의 가치관도 뚜렷해지고 머릿속 지혜도 생겨

사람은 얼추 보이나..몸이 말을 듣지 않게 된다.

몸의 시대가 온다고 해야 할까..

 

몸 치닥거리 하다 보면 또 몸에 억매여 한 세상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살만하니..이제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러고..

웬만큼 살면 자기 사주 자기가 볼 줄 안다 그런다.

 

머리의 생각은 다음생까지.. 억겁을 넘는 세월 동안 윤회를 해도

몸 만은 업연에 따라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고 하는 것이다.

그러하니..생각을 깨워야 몸도 마음도 안락한 생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몸이 내것이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된다.

 

몸 또한 각자 소임들로 이루워진 하나의  생명체이며

이를 움직이고 관할하는 놈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이러하니..몸은 내 몸이 아니요..

순간순간 생각 씀이 얼마나 귀하겠는가!

 

\" 요즘은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자살을 해요..\"

\" 쓸데없는 짓이지..\"

\" 힘들어서 그런다고 하는데..\"

\" 예전보다 더 각박해 지는 것 같애..안그런가!\"

\" 맞아요..전 보다 더 각박해요..\"

 

천수경에 보면 십악참회라는 것이 있다.

그 중 가장 첫 참회문은 \"살생중죄 금일 참회\" 이다.

자살도 살생에 들어간다 하겠다.

이 살생이라함은 죄 중에 가장 무서운 죄로..

가장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극악한 죄명에 속한다.

그러므로 천도를 함에 있어서도 자살 했다 하면

그 원혼을 달래는 것이 매우 힘들다 했다.

 

파행으로 가지 않는 길은  관심이다.

사람의 살성은 관심 밖에는 달랠 길이 없다.

귀신도 달래주면 제 갈길로 가는데..

행여 인간이 이 맘을 모르겠냐 말이다.

 

배가 불룩하니 두루뭉술해졌다.

스님도 그만 마셔야겠다고 했다.

 

늘 느끼는 것이지만..높든 낮든..깊든 얕든...

사람은 늘 생사고해의 바다을 건너는

불쌍한 운명체 같다.

 

.....

 

내가 충전된 마음으로 해가 지는 고속도로를 달려

다시..찰라적인 시간을 보내고 왔다.

 

시간은 많이 갔지만..그 과거의 여정은 날 다시 깨운다.

 

게으르지 말아라..그리고 기도해라..

 

왜냐구..왜냐구요..

 

그것이 너가 지혜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이기 때문이다.

 

진리는 그대로 나와 있는데..게으름과 삿된 생각이..

사람을 병들게 하는 것임을...

 

목까지 차오른 화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꺼익꺼익

눈물로 남는다.

 

어미는 자식 살리고자 고행을 마다 하지 않는데...

이 불쌍한 이기적인 마음은 그런 부모 맘도 모르고...

제 목숨 스스로....

참 몹쓸 마음이여..

 

앞도 보고 뒤도 보고..부모도 보고..자식도 보고..

보다 보면은 살길도 나오는데..

왜 이 어리석음은 그저 깊기만 한지..

 

물어도 물어도 어둠은 대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