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37

지옥에서 사는 여자.


BY 2007-01-15

그녀가 왔다.

그녀의 눈빛은 잿빛이며..고양이 눈모양 날카롭다.

점점 서슬 빛의 눈으로 변한다.

이내..다시 풀어진 풀빵 같다.

처음 내 앞에 앉을 때는 꼭 너를 이겨 보겠노라고....

주술을 외듯...팔짱을 끼고 앉는다.

다시..어깨가 축 늘어진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내 생각엔 전생에 아무래도 나와 풀지 못한 연이

있었나 보다.

양력 일월 들어서 세번째 방문이다.

 

\" 남편이 아무래도 바람을 피워요\"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다.

처음에는 그녀의 말을 모두 듣고 아닌데...아닌데..

혼자 의구심에 고개를 갸우뚱 했는데..

가만히 보니..그녀는 상상속에서 사는 병진 일주다.

 

\" 바람 피우는 남자 아니예요?\"

\" 어제 여자 전화번호가 핸드폰에 찍혔어요?\"

\" 전화 해보셨어요?\"

\" 아니요.. 근데 처음 보는 거예요\"

우리의 대화는 대충 이렇다.

처음 왔을때도 세시간을 앉어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대화가 단조로우며...싸구려 허접한 잼쟁이 취급하는 것을

느낀다.

사람을 파악하는 힘이란..이런데서 오는 매력도 있다.

그녀가 말하는 상상속으로 들어가는 것도 그녀를 진실로

읽는데 필요한 단계였다.

 

거짓말로 말하여도 ..오 그래요.

진실로 말하여도..오 그래요.

지금..그녀가 하고 싶은 것은 내 말을 듣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자신의 머리에서 생성되는 이야기를 풀고 싶은

것이라는 걸...첫번째 만남 두시간이 흐른 후 알게 되었다.

 

정신병원에도 갔었고..무당집에도 갔었고..

안가본 곳이 없다며..여러 말을 하지만...

그녀가 지금 살고 있는 이땅, 이 바닥은 그녀에게

지옥이다.

왜냐하며..무엇하나 좋아 보이는 것이 없고..의심과

불만과 \'화\'로만 빚어진 어떤 환경이다.

그러니 평범함이 없는 그저 그 시각에는 불구덩처럼 보일 뿐이다.

 

\" 그녀 잡으면 바로 집어 넣을 거예요..잘 봐줘요..있다니까..\"

\" 에그 아직은 없고..아저씨 그런 사람 아니예요\"

\" 뭘 모르네..공부 더 해야겠어요..아직도 멀었구만..\"

\" 아저씨..여자 생길때 되면 내가 일러 줄께요\"

\" 그봐 생기잖어.\"

\" 언니..말로는 있지만..내 말로는 없는데..\"

\" 아..참..있다니까..\"

\" 있으면 언니하고 살지 않지..누가 언니 같은 사람하고 살겠어요\"

\" 그럼 나 이혼해?\"

 

우리의 대화는 끌고 당기고..밀치고..답답하고..이렇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 내가 눈물까지 날 지경이었다.

 

거짓말도 반이고 진실도 반이다.

사주로 말은 풀었지만..사실 그녀와의 대화중에는

일반적인 생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사실들이 참 많다.

 

어젯밤 꿈에는 지옥을 갔었단다.

한사람이 배를 다 갈라..속을 훤히 들어 내어 놓고 있는데..

그속에서 계속 피를 빨아 먹는 사람이 있다며..

지옥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줄 알어..라고 말한다.

얼추..영감 있는 이야기다.

 

사람마다 뇌의 역할에 따라..그 사람의 환경적 영향을

많이 좌우지 한다.

이에 환경도 그 습에 의해 지배를 받는데..그녀의 뇌는

허무맹랑한 꿈에 늘 욱죄이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하니...그의 심리 상태는 늘 불안정이며...불신이며..

끝이 보이지 않는 비현실 이었던 것이다.

 

이 부분 같은 인간으로 측은지심을 안 갖을 수 없었다.

 

그녀가 나에게 고마워 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람들의 머리가 일반화 되어 사는 것은 습을 얼만큼..

스스로 잘 만들어 사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유명한 철인인 ...

칸트는 평생 자신의 집 이외에 다른 곳으로 여행 하지

않았으면..독신 이었으며..책과 함께..일정한 하루를 맞춰

산 것으로 유명하다.

머리속 자아와 평생을 산 인물 이기도 하다.

 

그녀를 보며 난 칸트가 생각 났다.

물론 그녀와 칸트의 생활이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감 있는 그녀의 생각이나..칸트의 이성론이나..겉으론

무엇이 특별히 다른게 있나 ...공상 거렸다.

 

지옥이라는 좀 다른 화두를 가지고 여러모로 생각하는

그녀지만..너무 처절하게 외로워 오는 또 다른 발산인지도

모른다.

 

보편적인 가정에 남편에 아이들에..

그녀가 갖은 것은 누구도 부러워 하는 가정이지만..

정작 자신은 늘 지옥에서 사는 말라버린 여자이니..

어찌 이 여인을 불쌍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얼마나 그녀가 우리집에 올지 모른다.

오는 맘도 그녀의 것이고..

와서 이야기를 늘어 놓는 것도 그녀의 마음이다.

다만..내가 그녀에게 바라는 마음은..

지옥도 머물러서 생기는 병이란 것.

이말을 받아들였으면 좋으련만...

 

 

원래 산다는 것 자체가 산 지옥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살았다고 하지..지옥 이라고 하지 않는다.

왜..살아 보니 살만 했으니까..

 

그녀가 보는 앞날은 어떤 빛일까...

내가 보기엔 참 이쁜 그녀인데...

 

외로움에 지쳐 밝은 빛을 보지 못하는 그녀를...

꼭 끌어 안아 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