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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 약속.


BY 2006-12-28

\" 붕어빵이다..잘 되었네\"

 

퇴근길 남편이 기다립니다.

부랴부랴 옆좌석에 앉아 배고파를 연신 뱉고 있는

나에게 남편의 목소리를 반가웠습니다.

 

\" 없었는데 언제 생겼지!\"

도심의 불빛은 눈에 잘 보여도..한켠에선 무엇인가

생겼다 허물었다...터는 계속 몸살을 앓습니다.

전에 사람들은 무엇이 생기면 유심히 바라 보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생김도 아무것도 아니요..

허물어지는 것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관심이 있는 것은 보이고..

관심이 없는 것은 보이지 않지요.

 

유독 붕어빵을 좋아하는 나에겐 그 포장이 지나가는

눈썰미는 아니었습니다.

 

\" 내년에 시집 보내도 될까!\"

\" 공부 하겠다는 애를 시집 보내면 되요\"

\" 그렇지..그래도 나이가 있으니까..\"

\" 유학 같다 오고..그 다음에 생각해요..\"

 

여자라도 공부에 눈이 있는 아이를 엄마는 자꾸

짝을 만들어 주려도 합니다.

혼자 살 팔자라서 그러한지...본인 스스로도 남자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이런저런 사정을 모르는 엄마는 계속 마음을 태우지만..

인연이 마음대로 되야지요....

손님을 보내놓고 나니 뱃속에서 뭘 달라고 하네요.

퍼뜩 붕어빵이 생각이 나는 거예요.

보던 책을 주섬주섬 챙겨놓고..잠시 외출을 걸어 놓고..

천원짜리 두장을 들고 달렸지요.

겨울의 바람은 역시 칼입니다.

 

포장안으로 얼굴을 들이 밀고..

내 눈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어머..세상에..붕어빵 파는 아가씨가..꽃 파는 아가씨..

같아요.

함박눈이 내리는 길에서 \' 성냥 사세요..성냥 사세요..\'

찰라적으로 들리는 간여린 목소리가 울리는 것처럼..

어서오세요...라고 하는데...눈을 땔수가 없었어요.

어찌나 이쁜지!

 

\" 어머 아가씨 참 예쁘네요..\"

쑥스럽게 웃어요..

\" 고맙습니다 \"

\" 붕어빵 이천원어치 주세요\"
\" 네..\"

목소리도 여리어라....

언니...언니...

멀리서 쌍둥이 둘이 손을 흔들 거리며 오는 거예요.

일곱살쯤 되었을까..

아무래도 어린이 집이 끝나고 오는가 봐요.

둘에게는 매서운 바람도 피해가는지 얼굴이

생글생글..예쁘기도 하네요.

어디로 가나 가만히 보니..

여기로 오고 있지 뭐예요.

이 붕어빵 아가씨가 언니예요.

\" 어 왔어..추운데 고생했지..\"

언니는 밀가루죽 주전자를 내려놓고..

쌍둥이 얼굴을 부비는 거예요.

\" 언니....\"

뭐는 어쩌고 저쩌고..둘이 종알종알..

무슨 할말이 그렇게 많은지..

\" 잠깐...붕어빵 먹고 얼른가..아빠 기다리셔\"

\" 난 오뎅 먹을거야 \"

\" 그럼 싸줄테니까..아빠하고 먹어 알았지..\"

응..둘이 말도 같이 합니다.

\" 죄송해요..\"

내 얼굴을 보며 계면쩍어 합니다.

\" 괜찮아요...애들 먼저 챙겨 줘요\"

 

애들은 왔던길을 올때처럼 다정히 갑니다.

 

\" 동생들인가 부다..\"

\" 네 \"

가만히 있을 내가 아니지요..

\" 공부 잘 했겠네요..\"

얼굴상이 그렇게 보였습니다.

근데 그늘은 좀 있었어요.

\" 돈을 좀 모으려고요..\"

\" 어....?\"

\" 수시로 합격은 했는데..아무래도 돈이 많이 필요 할 것 같아서..\"

 

집이 가난해요..동생들이 넷 이예요.

아버지가 고물상을 했는데..지금 허리를 다쳤데요.

그래서 집에 계시고..엄마는 쌍둥이 동생들 낳고..

산후풍으로 앓다...돌아가셨데요.

열아홉 꽃띠 아가씨 눈이 사르르 붉어집니다.

그 후론 말을 듣지 않아도 이미 드라마를 본 느낌입니다.

 

\' 그래서 그렇게 얼굴이 예쁘구나..\'

 

문득 복이란게 참 얄궂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놈은 무슨 복으로 ...

어떤 놈은 무슨 인연으로...

다시 생각속에 잠깁니다.

 

예나 지금이나...세상 돌아가는 것은 만찬가지 이구나..

성냥을 팔던 때도 배가 고팠을 것이고..

지금..우주인을 만들어내는 때 인데도..

한켠에선 나름대로의 노고가 있고..

참...

 

\" 얼굴이 예뻐서 붕어빵도 더 맛있네요..

  내일부터 이천원씩 열흘동안 만들어줘요.

  미리 예약했어요..예약금은 이천원이고..

  나머지는 내일 줄께요.\"

\" 어머..괜찮아요..\"

\" 아니..내가 원래 붕어빵 매니아예요.

  원래 좋아해..\"

 

추운데 서서 이야기는 했지만...그래도 마음은 따뜻했습니다.

자기 하는 일에 최선을 다 할때..

모든 것에 의미는 부여 됩니다.

 

길이 멀었습니다.

아직 알아야 할 것도 많았고..

같은 하늘 아래서..같은 밥을 먹고..같은 땅과..

허공을 바라 보는데..왜 사는 방식은 이렇게 달라야 하나..

무슨 연유로 눈물을 쏟아내야 하나..

알수 없는 미지의 세계입니다.

 

이 친구는 세상의 교과서를 일찍 땔 참 인가 봅니다.

그것이 스승이 되고..미덕이 되고..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주춧돌이 되겠지요.

 

요즘들어 손님들의 물음에 무엇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할까요..

란 막연한 질문을 던집니다.

오행을 바탕으로 질의 문에 답을 하지만..

무엇을 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무엇을 하든..마음속에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합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돈을 버는데는 목적과 슬기가 필요하다고..

그것 먼저 말하고 싶지만..

추상적인 말이라..입속에서만 뱅글뱅글 돌 뿐..

쉽게 뱉어지지는 않습니다.

 

무엇을 하든 즐겁게 하여라..

그리고 그것에 후회만 없어라..

그러면...꼭 예쁜 꽃을 피울 것이다.

 

추운 겨울이지만..쌍둥이 얼굴 모양..

내 마음이 그랬습니다.

한가지 알게 되고..

한가지 얻게 되고..

한가지 베풀어지면..

참 말 좋겠습니다.

 

좀 더 깊이 숨을 쉽니다.

왜냐구요..

아직도 멀었습니다.

좀 전...전화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아무래도 거센 바람이 불어 옵니다.

가족이...가족이 더...

흔들어 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