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263

행여라도...


BY 2006-11-07

겨울 준비를 해요.

김장도 해야 하고..

보일러 기름도 넣어야 해요.

고구마도 사 놓아야 하고..

여분의 먹을 것을 준비해야 해요.

가족도 많고, 손님도 많으니..

살림하는 사람으로서..

손이 커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엄마의 생각은 더 많아지셨습니다.

그 모든 것을 입으로 다 뱉어 버리십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빨래를 하다가도..

아이들 먹을 것을 주다가도..

그만 하시라해도 여전히..입은 쉬지를 않으십니다.

기가 입으로 온 모양 이십니다.

엄마의 겨울은 일찍 오고 계십니다.

 

어젯밤엔 식구들이 모여 앉아 이야기를 해요.

엄마가..\" 니 이모는 말야 \"

아들이..\" 누나 알어 캐로로..알지..\"

딸이.. \" 넌 조용히 좀 해라 \"

남편은.. \" 추워 보일러 좀 올리지..\"

나는..\" 뭐가..추워 이만도 안해..\"

다시 엄마가..\" 니 이모네는 좋겠더라..쌀도 많고..\"

 

문득..모여 있어도 각자의 생각이 다르니..

모두 다른 소리로 표현을 하고 있어요.

삼대의 화두가 모두 다른 이 집 풍경.. 웃기지 않나요!

 

그래도 참 좋은 것은 집이 있다는 것이예요.

집..이 귀한 것이 있어..모두 따뜻하게 이 겨울을 맞이 하니..

참으로 감사해요.

가족에게 감사해요.

 

그런데 말이죠..

행여라도..

 

이 죽일 놈의 세상 까짓 콱!

그 놈의 인간 죽어 버렸으면 좋겠어!

미친다 미쳐!

내가 죽어야 다 끝나지!

이렇게 살바에는 죽어야 해!

죽으라고 해. 얼른!

고생할 바에는 죽는게 낫지요!

 

가끔 이런말을 제 앞에 와서 스스럼 없이 쓰시는

분들이 있어요.

이 혹독한 마음을 저는 알지요.

죽지 못해 사는 심정.. 그 어둑한 세상살이를

왜 모르겠어요.

 

얼마전에 마흔 한살의 여자분이 오셨어요.

오자마자 앉으시더니..한숨을 푹 쉬시는 거예요.

긴장을 했다..마음을 내려 놓으니..한숨이 절로

나오는 것이지요.

시원하시냐 했더니..웃으세요.

근데..

손을 보는 순간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손에 상처가 얼마나 많던지..

어머나..제가 손을 만졌어요.

쑥스러워 하시며 손을 자꾸 빼시는 거예요.

어머..손이 왜 이러세요?

여기저기 칼 자욱에 상처에 험해도 그렇게 험 할까요.

속이 아파 혼났어요.

 

이야기를 들으니..이십에 결혼해 이십 일년을 식당일만

했다는 거예요.

애 낳는 기간 빼 놓고..

친정에선 막내딸로 고생 없이 고등학교 졸업해..

처음 남자 만난것이 남편이고..

남편도 열심히 살고, 자신도 열심히 살았는데..

이상하게 돈은 모이지 않고..

몸만 고생스럽다고 일장 연설을 하시네요.

 

손이 어찌나 안스럽던지..

\" 손에게 늘 미안한 마음 좀 갖으세요.

  아무리 일 하라고 나온 손 이지만..

  거기 붙어 있느라고, 애쓰네요\"

웃으시며..손을 내려 보십니다.

\" 그렇잖아도 어디가면 챙피해서 손을 내 놓기 싫어요\"

\" 좀 애껴요. 성질 급하지요...급하니까..맨손으로 뚝딱거리고..

  화도 잘내지요..하다가 안돼면 바락바락 악쓰고..

  그러다가 성질 안맞으면 욕을 하고..\"

\" 여기 무당집 인가요?\"

\" 너무 잘 맞추지요\"

사주를 풀지 않고..나오는 말에 무녀인가 물어 오십니다.

 

한가지를 보면 열가지가 보여요.

생활의 습을 보면 열가지 아니 백가지의 이야기를 풀수가

있는 것입니다.

 

화가 나면 욱하는 성격을 갖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 입에서 독을 품고..독을 실행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자신을 멸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행여라도 그러지 말아요.

내 몸을 내가 아끼지 않으면 내 몸은 어디로 가라고..

그러세요.

성질에 못이겨 자신을 학대하는 경우..

참 많이 봅니다.

 

얼굴만 이쁘다고 다 이쁜 것이 아니예요.

몸매가 늘씬하다고 다 섹시한 것이 아니예요.

머리만 길다고 청순한 것도 아니고..

옷만 명품 걸쳤다고 명품이 되는 것이 아니예요.

 

내 몸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면..

아무리 천원짜리 옷을 입어도 품위가 있고..지혜가 있어

보입니다.

내 자신을 먼저 사랑해요.

 

그저 성질에 못이겨 못나게 생활하는 삶을 만들지 마세요.

이런 삶, 쉽지 않다는 것은 다 알지만..

하루 일과 마치고..

편안한 잠자리에 누워..

오늘 잘 살았니..내일도 잘 살아 보자..

로션 덜어 손에 토닥거리며..

오늘도 열심히 일해 고맙다.

내일도 더 열심히 일하자..

거울 보고..주인공아..오늘도 잘 살았구나..

내일도 더 잘 살아보자..

날마다 날마다 이런 기도를 올리고..사랑하면..

절대 내 삶이 구질구질 하거나..

지루하거나..힘들거나..그렇게 되지 않아요.

 

뱉는 입이 더러우면..

당연히 내 생각이 더러운 거예요.

왜냐면 내 입은..내 생각을 말하는 소임으로

붙어 있잖아요.

 

말이 씨가 되는 경우 참 많아요.

나 부자 될거야..하면 부자 꼭 되요.

나 공부 많이 할거야..하면 꼭 공부 많이하게 되요.

나 잘 생길 거야..하면 꼭 잘 생기게 되요.

이 파장이 나를 만들고..나를 가꾸게 되는 것이

삶 입니다.

 

겨울이 되니..더욱 몸이 추워서..

생각도 추워집니다.

월동 준비는 내 마음에 따뜻한 기운 먼저

만드는 것이 우선 순위겠네요.

 

으샤으샤..

심장이 콩당콩당 뛰는 한..

우리는 따뜻해야 할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