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에 들어 수고하는 분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행색이 초라한 할머님 한분이 한쪽 귀퉁이에 쪼그리고
앉아계신다.
말을 건네 볼까 하다가 그만 두고...율무차를 한잔 건넸다.
눈을 치켜 올리고는 ...\' 내가 그지인줄 알어\'
쏘아 보는 눈매에 서리가 있다.
그 따우..호의는 싫다는 눈치다.
에구..율무차 두잔을 마시고 나니..배가 부르다.
할머니는 계속 빗질을 하신다.
머리도 듬성듬성한데 좀 더 하시면 탈모가 더 심하겠다.
센터 언니의 말로는 하루 종일 빗질을 하신다고 한다.
원인은 모른다.
말수도 없고, 호의도 싫다 하시고..돈이 없는 것도 아닌거
같고..제 돈 주고 국수도 사드시고, 어묵도 먹고, 김밥도
먹는 것을 보면, 아직 생각은 있으신 양반 같다고 언니가
덧부친다.
무슨 사연이 있을까..하루 종일 머리 빗질을 하는 저 할머니는...
돌아오는 내내 할머니의 빗질하는 모습이 떠 올랐다.
옛날 사극에 곱게 앉아 빗질하는 안방 마님 모양, 쓸어 내리고
또 쓸어 내리는 할머니의 자태는 일품 이었다.
혹시..충청도 어느 몰락한 양반집의 며느님이 아니었을까!
젊은 날 잘 나가던 기녀는 아니었을까!
사랑 받지 못해 사랑을 갈 구 하던 여염집 아낙은 아니었을까!
아들을 무자게 기다리는 엄마는 아닐까!
걸음걸음 마다 내 생각은 흘러 넘쳤다.
그러고 내자리에 앉으니..일이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왜 그래야하지..왜...그래야 하냐고...
언제나 풀린 거 같아도 ..팔자론은 역시 어렵고, 무식하고,
까다롭다.
사람 있냐는 전화를 받았다.
네 있다고 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
업..업..업...그 물음에 아직 방아쇠가 당겨 있는 내 머리는
손님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다.
내려 놓고..혼자 지껄였다.
손님이 네? 라고 묻는다.
아니요...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하신 손님은 바람처럼 간다.
복비가 책상에 널부러진다....창문을 확 열어 놓았다.
가끔 무서운 업에 대해 생각한다.
업이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왜 우리는 업연에 갖혀 살아야 하나..
한가지 숙제를 풀고 나면, 다른 한가지가 대기하고 있고..
그 숙업은 도대체 사그라 들지를 않으니..
그때 그때마다의 지혜는 사람를 더욱 독하고..냉혹하게
만들어 버린다.
요즘은 돈에 묶여 돈이 풀여야 다 풀린다는 돈 만능론도
생겨 났다.
위를 보아도 아래를 보아도 그러하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어떤 것이 그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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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를 가기로 약속을 해 놓았다.
선정에 들어 무상의 상태로 들어가면..
정말 재미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나가 없지..
흘러 가는 일상의 한 부분처럼 그렇게 자연과 하나가 되지..
가만히...자연과 호흡하면 참말 부드럽고, 깊어진다.
바라는 마음도, 미움도, 그리고 야속함도 아무것도 없다.
텅빈 공간..그리고 차분한 나를 발견 한다.
대자연 속에 속하여 멋진 항해를 하고..
그리고 내가 그 자연과 하나됨을 느끼면서..나도 모르게
뿌듯하며..삶의 색깔이 선명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점점...화는 사그라들고, 늘 고마운 마음이 먼저 앞서게 된다.
이 부분은 기도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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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연히 앞서가는 내가 보일때가 있다.
무엇을 본다 하여..
무엇을 생각 한다 하여..
이것이 독이 되고, 슬픔이 되고, 업이 되어 버리는 상황..
그것이 보일때가 있다.
사실은 그 모든 것이 법도 아니면서 말이지..
사주책을 던져 놓고, 내 사주에게 물었다.
이.. 까짓것이 무엇이라고..알라고 노력을 하냐.
알면 어쩔 것인데..알아서 너에게 독이 되고 있음을
모르느냐...
자학이 아닌 풍월에 소름이 끼치는 것이다.
아직도 손을 놓지 못하는 내 머리나..
하루 종일 빗질을 하는 할머니의 업이나..
무엇이 다르냐 말이다.
생각하기 나름이고, 말 부치기 나름이지..
공상거리다..어둠속에 내가 있다.
어둠은 날 감춘다고 감췄지만..
나는 아직도 손을 놓지 못해서..무섭다..춥다..허전하다..
공허하다는 느끼고 있다.
기도의 힘은 날 자유인으로 만들었지만,
현실은 날 속인으로 만들었다.
그대 아직도..멀리 멀리..발걸음을 옮겨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