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029

잘했어...언니!


BY 2007-06-23

\" 나야..\"

\" 지금 바쁘니까..7시 넘어 통화해요\"

\" 그래 알았어..\"

 

중얼중얼.

 

하루는 빨리 간다.

못했던 말들을 미세한 흔들림까지 느끼며..말을 잇는다.

다시 내안에서 메아리 되는 말들...

깊은 봇물이 터지듯...나는 기운차다.

 

역시 일을 함이란 쾌감과 함께 오는.. 살아 있음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

이 희열 때문에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죽을 것 같다.

이도 팔자소관인가!

 

모두 제자리로 돌아간후..

난 마지막 출산날짜를 받기 위해 머리를 쓰고 있다.

그러던중..

 

\" 어머..언니!\"

저기 어디 사는 언니다.

\" 왜!\"

\" 얘..나 죽었다 살아났다\"

\" 살았으니 다행이네..\"

\" 얘..내 사주 좀 잘 봐줘\"

\" 뜬금 없이 무슨 사주를...\"

\" 난 왜 이러고 사니..\"

 

이말 나오게도 생겼다.

명문대 졸이요..부모님 쟁쟁이요..그림 그리는 어디서 유명한

이름 갖은 언니요..서방님 교수요..

대한민국에서 서방님 교수라면 그래도 시집 잘 갔다고 말을

아직은 듣지만! 그러나..

이 언니 미치기 일보직전에 다시 살아남았다.

 

이유는 남편의 자리에 아내가 있어야 할 것을..

떡하니 시어머니가 앉아 있다.

 

이 교수님은 밥을 먹어도 어머니요.

좋은 옷을 보아도 어머니요.

출퇴근을 해도 \" 엄마 ...\"

부르면 들어오는 사람이다.

티비를 보아도..엄마 옆에서..

일어나면 어느새 아침 문안 가 있는 남편의 빈자리..

\' 그냥 엄마랑 살지.\'

 

그렇다고 언니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머니 살아계실때까지만 어머니를 돌보고

그 다음부터는 자기와 나 행복하게 살자.

이 교수님의 십팔번이다.

 

언니는 그런다..쭈그렁밤탱이 되어서..

내가 필요할때는 없고.....나두 그때는 싫어!

 

효자 남편의 아내는 악처가 될 수 밖에 없다.

 

아들 습에 익숙한 시어머니는 며느리 하는 것은 마땅치 않다.

 

언니는 점점 돌겠고..너무 힘들어 자살까지 생각했다고 했다.

 

여자는 시집가서 제자리가 없으면 그것처럼 불행한 것이

.......사실은 없다.

 

지혜로운 시부모는 재일 먼저 며느리의 자리를 알려줘야 하고

그 자리에 잘 설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 줘야 한다.

인정 받지 못한 아픔을 무엇으로 대변할까!

 

줄줄 연줄 달린 빈한집 맞며느리는

살면 살수록 포부가 남다르게 커지지만..

부잣집 외아들 아내는 정신적 고통이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 무슨 엇박자인지!

 

시어머님이 누우셨다.

 

일주에 삼재와 충이 겹쳐 아저씨가 눕든 며리느가 눕든

누워야 할 것을 어머니가 누우셨다.

 

다행이지..불행인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교수님의 열혈 엄마 사랑은 아직도

대단하시다.

참.. 그 모습 하나는 본 받을만 하고 좋지만..

그 뒷 수발을 하는 언니는 숨통이 터질 것 같다며 가슴을 친다.

 

\" 언니..언니도 늙어요. 알잖아\"

\" 그래..알어..근데 너무 힘들다\"

\" 인정많은 언니가 왜 그러실까!\"

\" 그래서 이렇게 질질 끌려 살잖니!\"

 

아무리해도 표시 나지 않는 일..그것이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이다.

며느리니까 해야 하고..군소리 없이 하라는 무언의 암시..

이 보이지 않는 정신적 압박감은 사람을 더욱 지치게 한다.

 

\" 어그적에 내가 몇시에 들어왔는 줄 아니..\"

\" 몇시에..\"
\" 새벽 두시쯤 이었나! \"

오잉.

\" 그래서\"

\" 술에 취했는데..니가 그렇게 잘났냐..고래고래 소리 질렀지 뭐..\"

\" 어머.\"

\" 아파트가 떠나가게 소리를 질렀잖어..속이 다 시원하더라\"

하하하

나는 간만에 시원하게 웃었다.

\" 잘 했어.언니..\"

\" 안그러면 내가 죽을 것 같은데 어떡해..\"

\" 잘 했어..음 잘했어..축하해 언니\"

우리는 막 웃었다.

 

다음날 교수님은 빈속으로 입을 다문채 출근 하셨고..

언니는 가만히 나 죽었소 하고 침대에 누워 미동도 하지

않았다 했다.

속으로 \'그러던 말던...\'

 

이제 좀 본론으로 들어가 서로 이야기를 해야 하겠는데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나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

 

\" 언니는 어떡해 하고 싶은데..\"

\" 몰라..어쩌면 좋으니..\"

\" 그냥 솔직하게 말하면 안될까! 나도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 징그럽고 싫다..\"

\" 꼭 그렇게 하라는 말이 아니고..솔직하게 두분이 긴 대화를

  하란 말이예요. 지금 언니도 힘들지만..아저씨도 힘들꺼 아냐.

  원래 태생이 효자요..원래 사람에게 잘 하는 사람인데..언니한테도

  특별히 못하거나 힘들게 하는 것은 없잖아..다만 언니 자리가 없어

  일을 해도 표시 나지 않으니..나에게도 권리를 달라..나도 잘 할 수

  있다..뭐..이런 의도의 말들..이런 말 해보지 않았지?\"

\" 말 주변이 있어야지\"

\" 해봐요..솔직하게..언니 마음을 표현하란 말이예요.

  부부가 서로 표현해 주길 바래면서..표현은 서로 안 할려고 그래

  참 심리 요상해\"

\" 맞다..맞어\"

\" 힘들때 잘하는 것은 은덕으로 알더라..아저씨라고 틀리겠어!\"

 

몰랐던 것을 알게되면 참 편해진다.

 

손님 사주에 시어머니가 대장이고, 대주 사주에 어머니가

대장인데..꼭 누워도 어머니 있는 쪽으로 눕는 것이 이 사람의 심리

인데..그것을 무슨 수로 막으시려고 하세요...

 

그것이 언니와 나의 인연의 고리였다.

 

위로 하고 위로하며 잘 왔다.

두 부부가 합을 해서 살때는 그만한 인내가 있지 않으면 사실

무척 어렵다.

 

흔히 같은 배에서 나온 형제도 다른데..부부라는 인연이 그리

호락호락 할 것 같으면 뭔 고민이 있겠는가!

그 고민 뒤에는 해결 할 수 있는 힘도 수반 되는 것이 이치이다.

 

\" 고마워...내가 어제는 주책 이었나봐

  동네사람 챙피해서 어떡해 나가니..\"

\" 아냐..언니 잘 했어..언니가 살았는데 동네사람이 대수유\"

웃었다.

 

숨통이 막힐때는 숨통을 터야 한다.

그래야 산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고 했잖은가!

 

원리를 알면 답이 보이고...노여움이 없어지면 지혜가 보인다.

그 지혜 뒤에는 사랑도 보인다.

 

그것만 아니면 우린 행복할텐데..

이 개념이 아닌..

그것 때문에 행복을 알게된 개념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 다음에 언니도 우리아들 우리아들 하는 거 아니야!\"

\" 지금 같으면 안그러겠는데..모르지..\"

\" 알게 모르게 배운 다더라\"
\" 글쎄..\"

\" 어허..위험해..며느리가 새벽 두시에 아파트에서 고성방가라..

  음..멋있군\"

 

두 여자의 수다는 길었다.

그 수다가 사실은 아무 필요 없는 말 이었지만..

동질감을 느끼며, 속을 들어내는 과정은 무엇보다 귀하다.

그리고 다시 제자리로 간다.

 

우리의 심리는 늘 의지처를 찾는다.

남편과 아내가 그 의지처가 되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해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운다.

 

아....장마가 지면 또 다른 변화가 있겠지..

이 바람의 전조는 그 변화속에 무엇을 창조하려는고...

냄새가 진하다.

새벽의 냄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