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운 가랑비가 내리는 지난 토요일 아이 넷과 함께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지난해 수확한 고구마를 겨울에 얼지 않도록 잘 간수했다가
봄에 고구마를 물에 담가 두면 고구마에서 싹이 나옵니다
이 싹이 자란것은 고구마 순이라고 하는데 이순을 잘라서 심으면
고구마가 뿌리에 달립니다 심은 후에도 관리가 필요합니다
곡식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있듯이 고구마순에 물을 주고 심은 후에 뿌리가
땅속에 잘 내리면 고구마 줄기가 옆으로 앞으로 사방으로 마구
뻗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줄기가 뻗을 때 흙에 닿이는 부분에서
또 고구마 뿌리가 내리기 시작하고 그대로 두면 여기에도 작은 고구마가
달리기 시작합니다 이 작은 고구마는 땅속에 있는 뿌리와 달라서
여기에 뿌리가 크고 알찬 고구마가 아니라 어른 손가락 만한
고구마이고 더 이상 크지도 않습니다
뿌리에 달린 고구마에 영양분이 다가도록 해야만 하기 때문에
고구마 줄기를 왼 쪽 오른 쪽으로 걷어 주어야 합니다.
줄기를 오른 쪽 왼 쪽으로 번갈아 가며 걷어주면 줄기에 잔뿌리가
내리지 않고 알찬 고구마가 열린답니다
저희 집에서는 고구마에서 순을 채취하는 과정은 하지 않고
밤 고구마라는 속이 노랗고 당도가 아주 높은 새로운 품종이 나왔다고 해서
이 고구마 순을 사서 심어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고구마를 심을 밭은 먼저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이곳 정선으로 이사온 후 한번도 농약이나 화학비료를 준 일이 없었습니다
농약과 화학비료는 당장의 눈앞의 이익은 있을 듯하지만 땅이 병들고,
회복하는데 참으로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바른 농법으로 농사를 짓자는게
저희 가족의 신념입니다
봄이라 이름 모를 풀들이 너무도 많이 피어 있는데 약 한번 치면 반 나절이 안 되어서
끝날 일이지만 이 많은 풀들을 일일이 낫으로 베어서 골 옆에 눞였습니다
풀들아 미안해하며 밭 정리를 한 후 토요일 오후에 아이들과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막내 나단이는 옆에서 장난을 치고 방해를 하지만
혜지 혜림 혜인이는 열심히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아이들도 반 농부가 다되어 엄마 아빠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미안함과
고마움이 함께 밀려 왔습니다
고구마를 다 심은 후 아이들도 아주 뿌듯한 마음이 되어 모두 자기가 심은
고구마는 자기들이 캐겠다고 야단들이었습니다.
저녁에 삼겹살을 구워먹으며 밥맛도 너무나 좋다고
보통 때 보다 더 많은 양을 먹었습니다.
다음 날, 오전에 꾸물꾸물하던 날씨가 오후가 되니,
햇볕이 나와 아무래도 아이들이 심은 고구마 잎이 햇볕에 말라죽지 않을까
걱정이 되어 물 조리개로 하나하나 물을 주는 아빠의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시들었다가도 몇 일 지나 뿌리가 내리면 곧 생기를 찾지만은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일일이 물을 주었습니다. 이것이 농부의 마음인가 봅니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어울려 일하는 우리 집 아이들도 한 몫을 단단히 하니 장하지 않습니까
아이들이 심은 고구마도 정말 맛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