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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꽂도 피고...


BY 2004-05-23

강원도의 봄은 늦잠을 잤는지 진해의 군항제 소식에도 여의도의

벚꽂 소식에도 꼼짝도 하지 않더니 이제야 베시시 웃음을 짓습니다.

산에는 진달래가 피고 산들이 푸른 옷을 차려 입었습니다.

동강변의 우리집은 살구꽃과 자두꽃속에 쌓여 멀리서는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얀 꽃망울을 터뜨린 꽃들이 저마다 인사를 할때

우리집 닭장 속에는 새로운 생명이 탄생할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20여일 전부터 암탉이 알을 품기 시작했습니다.

암탉이 알을 품을때는 모이도 잘 먹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먹이만 먹으며 알을 골고루 굴립니다.

이렇게 20여일을 품고있던 알에서 드디어 노란 병아리가 두 마리 나왔습니다.

내일쯤이면 또 두세마리가 더 나올것입니다.

금방 알에서 나온 병아리는 어미의 깃털속에서 두려운 듯 떨고 있습니다.

어미닭은 병아리는 감싸안으며 먹이 먹는 법을 가르칩니다.

겨울을 지난 밭에는 파란 이름 모를 야초들로 덮혀 있습니다.

봄나물들이 주위에 고개를 내밀고 나를 뜯어가세요 하며

아이들을 부르고 있는것 같습니다.

우리 막내 딸 혜지가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밭으로 나갔습니다.

한 시간 쯤 있다가 돌아온 혜지의 바구니에는

달래가 한 바구니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달래가 너무 많아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고 합니다.

혜지가 뜯어온 달래를 무쳐 저녁에는 봄을 먹었습니다.

상큼한 맛이 입맛을 돋구었습니다.

쑥도 지천입니다.

쑥을 뜯을 시간이 없어서 먹지 못합니다. 뒷산에 오르면 여기저기에

두릅도 하늘로 뻗혀 있습니다.

봄은 이렇듯 많은 것을 나누어 주고 있습니다.

이제 태양의 열기도 더욱 이글거릴 것입니다.

대지는 이 이글거림을 먹고 파란 식물들은 더욱 짖은 푸른빛으로 변해 갈 것입니다.

지금 밖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반갑습니다.

봄가뭄으로 땅이 메말라 식물은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이번 비가 흡족하여 해갈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