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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구현사제단의 촛불 ‘가담’의 의미


BY 2008-07-01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종교계의 본격적인 '촛불가담'은 현 국면에서 매우 엄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그동안 보수언론의 지원에 힘입어 현재의 촛불시위가 애초의 비폭력을 벗어던지고 폭력으로 치닫고 있다고 선전해 왔다. 실제로 그런 주장은 일부 국민들에게 설득력을 갖기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나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는 떨어지면서도 촛불집회는 더해서 안된다는 여론이 국민과반을 넘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선전전에서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이 한수 이기고 들어갔다는 반증이다.

한나라당과 청와대, 행정안전부 등 정부여당은 물론 검찰과 경찰 등 권력기관이 총출동해서 촛불집회를 압박할 수 있었던 것도 "촛불집회가 폭력적으로 치닫고 있다"는 단 한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은 아니다. 경찰의 폭력적 진압이 더 문제며, 시위자를 짓밟고 몽둥이로 때리고, 차돌이나 쇠로 된 볼트를 던지고, 심지어는 아기가 탄 유모차에도 소화기 분말을 뿌려대는 야만적 진압방식이 촛불집회 참여자들의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고, 결국 그로 인해 극소수가 '폭력'으로 대항하고 있다고 반박해 왔다.

그러나 극소수의 폭력을 마치 집회 전체의 폭력인양 대대적으로 선전공세를 펼쳐온 보수신문의 신문시장 점유율은 거의 60%에 달한다. KBS나 MBC 역시 검찰 수사 등 여권의 전방위 압박 때문에 일부 기획성 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양비론적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등장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논란. 즉 경찰진압이 폭력적이어서 극히 일부지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냐, 아니면 집회 참가자들의 폭력적(?) 행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다소 과격한 진압방식이 동원되는 것이냐 하는 '해결불가능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정의구현사제단은 물론 지금까지 가톨릭계에서는 촛불집회에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일부 보수화된 종교계 지도자들과 정의구현사제단가 일반 시민에게 갖는 무게감은 다르다. 정의구현사제단은 "국가폭력이 촛불집회를 과격하게 이끌었다"고 판정을 내렸다.

정의구현사제단은 30일 밤 시국미사 강론에서 "들끓는 국민여론을 제압하기 위해 몽둥이와 방패로 시민들을 패고 내려찍으며 무참히 폭력을 행사했다"면서 "이로써 촛불에 담겼던 간곡한 뜻은 짓밟혔고 우리는 대통령과 정부의 존립근거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역설했다. 완벽하게 시민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것은 매우 엄중한 의미가 있다. '불법폭력과격'이란 '딱지 붙이기'가 완전한 허구란 점을 만천하에 공표한 셈이기 때문이다. 촛불집회는 다시 탄력을 받게 됐다.

또한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참여정부 시절 광우병의 위험성을 무섭게 따지고 들다가 현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미국산 쇠고기의 절대 안전을 강론하는 조선, 중앙, 동아일보의 표변과 후안무치는 가히 경악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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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검찰과 경찰을 총동원해 공안정국을 조성, 일거에 난국을 돌파하려던 계획이 그 근본부터 무너진 셈이다.

게다가 정의구현사제단이 참여해 촛불집회 앞장을 섬으로써 집회 자체가 평화와 비폭력을 유지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정의구현사제단은 국민들에게 "촛불은 평화의 상징이며 기도의 무기이며 비폭력의 꽃"이라면서 "우리가 비폭력의 정신에 철저해야만 폭력의 악순환을 끊어 버릴 수 있다"고 비폭력을 강조했다. 이 호소는 먹혀들어가고 있다.

천주교 뿐 아니다 기독교계와 불교계에서도 시국과 관련된 종교집회를 연다. 정의구현사제단은 아예 매일저녁 서울시청앞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열겠다고 나오고 있다.

'불법폭력과격'이라고 하는 전가의 보도에 치명타를 맞은 정부여당과 보수세력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신공안정국 조성후 유혈진압, 타개, 국회개원 등을 정국해법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여권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암초를 맞은 셈이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