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036

조선에 없는 시어머니


BY 2008-02-23

조선에 없는 시어머니

조선에 없는 시어머님을 만난 것은 그녀에게는 행운이었습니다.

테니스코트에서 만난 K씨는 별로 말이 없었고 한국형 남성들의 매력이라 할 수

있는 과묵형이었습니다. 새벽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코트에서 함께 게임을 하기도 하고

그냥 난타를 치기도 했던 그 남자와 함께 나타나는 분은 Y 교감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런데

Y교감 선생님은 늘 K씨가 참한 총각이라면서 중매역할을 해서 중매반 연애반으로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을 했지만 환경이 너무 달라서 2달 동안은 정말 한국의 시댁 문턱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줄

알았으면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갈등속에서 헤맵니다. 친구가 선물을 보내면서 행복하지 물어도 눈물이 났던 날들을 보냈으니 얼마나 힘든 결혼 초년생이었든지 모릅니다.

이런 며느리를 지켜 본 시어머님이 며느리를 불러 앉혀 놓고는 \"에미야, 내 친구 집에는 며느리가 시어머니한테 엄마라고 부르니 그렇게 좋아 보이더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시어머님의 마음을 몰라주고 방황하는 며느리에게 사랑을 전하는 방식이었던 것입니다.

 

시어머님의 제안에 따라 엄마로 바꿉니다. 그런데 시어머님과 엄마는 큰 변화를 가져다 줍니다. 엄마는 어리광을 부릴 수도 있고 친근감도 느낄 수 있는 정말 좋은 환경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초겨울 아침에 출근을 서두르며 \"다녀 오겠습니다\" 인사를 드리고 대문 밖으로 뛰어나가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방에서 무슨 말씀을 하십니다. 그런데 며느리는 아침에 늦어 죽겠는데 무슨 잔소리를 하시는 것인가하는 불평의 속엣말을 하면서도 다시 대문안으로 들어가 말씀을 여쭈어 봅니다.

\"오늘 아침 날씨가 너무 추우니까 옷을 두텁게 입고 가라\"는 것입니다. 그녀는 가슴으로 찡하게 전해오는 따뜻한 엄마의 사랑과 철없는 며느리의 속앳말을 번갈아 꺼집어 내어 보면서 하루 종일 행복함에 젖었던 기억을 늘 간직하고 살아 갑니다. 사랑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교감을 이루었을 때에만 빛을 발하게 됩니다.

 

이런 엄마의 맘을 읽은 며느리는 시어머님이 좋아하는 것을 보면 비싼 것과는 상관없이 사서 들고 갑니다. 엄마의 웃음을 보면서 행복해 합니다. 사랑은 배례하는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웃음이라는

보따리를 이어가게 만듭니다.

직장맘들은 늘 시간에 쫓기고 시간이 돈과 같이 관리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살아갑니다. 작은 배례가 얼마나 큰 힘을 안겨 주는지 모릅니다. 여성들과 얘할 때면 그녀는 \"조선에 없는 시어머님을 모시고 산다.\"는 화두를 꺼냅니다. 모두 귀를 기울여 얘기를 듣고 나서는 이구동성으로 \"세상에 그런 시어머니도 있는가, 참 좋겠습니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모두가 가질 수 있는 편하고 쉬운 사랑의 보물찾기를 우린 100년도 못살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남편을 잘 만나서 시집을 잘 왔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아니고 시어머님을 잘 만나서 시집을 잘 왔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도 꼭 빠뜨리지 않습니다. 며느리뿐만 아니라 사랑으로 배례해 주는 시어머니들이 조선 땅에 많아져서 시모의 갈등으로 이혼하는 가족들이 늘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많은 여성들이 공감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녀는 직장여성으로서 성공적인 삶을 일구어 갑니다.

최초의 여성대리/최초의 여성과장/최초의 여성전담센터장/ 발신전화번호 추적서비스제안 및 확산보급/제7회 고객만족경영 CS활동 최우수(한국능률협회 선정)/ 사장표창/장관표창/대통령표창/경상남도 신지식인/ 경영성과 전국1위 4개/부산본부 1위 16개/땀흘리는 여성/윤과장의 일상 속으로 휴먼다큐 (엠비씨 티브이) 등의 인터뷰에서는 어김없이 시어머니의 사랑과 배례를 꺼집어 내곤

합니다. 그녀도 조선에 없는 시어머님의 사랑과 배례를 며느리에게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이어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엄살을 부리면서 살아갑니다. 사랑과 배례 속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그녀의 일상을 엿본 아줌마가 건내준 말은 \"방송에 나온 분이 아니세요? 네 보셨습니까? 그런데 저는 그걸 보고 울었어요? 네에~ 왜 그랬을까요? 너무 열심히 살아서\" 였습니다. 사랑과 배례는 성실함을 일구어 줍니다. 83살의 시어머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아니고 함께 편하게 살아가는 며느리의 행복즐감의 속앳말을 이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