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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중매장이(5) 그 무서운 고독을!


BY 남상순 2000-04-16

나는 중매장이(5) 그 무서운 고독을!
그 무서운 고독을...

자네의 무서운 고독을 나는 상상해 보았다네. 2층에 세식구가 영어로 말할 때 자네는 너무 외로왔다면서? 그랬겠지? 그들이 싸우고 있었을찌라도 말일세! '내가 여기서 무얼 하고 있는걸까?' 무인도에 당도한 사람처럼 자네의 좌표가 흔들리고 말았겠지. '왜 이 나라 말을 배워야 하나? 더구나 한국 사람과 살면서' 그리 생각하는게 당연하구 말구...나도 비슷한 경험을 하며 자랐다네. 부모님들이 일본말로 대화를 하셨지. 내가 알아듣지 못하게 하고 싶을 땐. 일본어에 두 분이 능통하셨거든. 언어를 흩으셨다는 성서의 바벨탑 사건이 정말 무서운 저주라 는 것을 실감했을껄세.

어제도 자네와 이야기하면서 속으로 나는 웃었네. 말끝마다 영어 단어가 튀어 나오는 자네의 대화가 조금 메스꼽다고 느꼈으나 그렇게라도 적응하려는 자네의 적극성이 고마웠다네.

이제 조금만 기다리게나...아이들 다 가정 이루면 둘이 홀가 분하게 우리말 마음껏하며 살날이 오질 않겠나? 우리말로 사상을 나눈다는 이것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큰 안정감인지 고맙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고작 열심히 우리말을 가르쳤다는 1.5세들 보면 겨우 먹어라, 쉬어라, 잘자라,

2000단어 안쪽의 필수단어 구사정도, 삶과 사 상을 거침없이 나눌 수 있고, 정서가 소통된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수준인지? 우리말을 깊이있게 가르쳐서 그 아이들 한국인임을 알게 해주게나. 자네는 그 아이들에게 미국을 배우고 말일세! 한 집에서 두나라 사람들이 산다는 즐거움도 재미있지 않겠나? 단어만 늘어놓는 언어가 아니라 소통이 가능한 좋은 영어를 공부하게나. 늦더라도 고급영어를 제대로 배우기를 바라네. 아이들은 자네와 내가 통하는 '존재에 대한 언어들'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만 가르치게나...

언어의 장벽! 그것이 먼저 자네가 깨드려야 할 고독의 절벽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