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419

오늘 이밤엔 비가 내렸으면...


BY 김외선 2000-04-19

저는 결혼한지 5개월을 맞은 늠들이 말하는 신혼부부 이겠지요.
지금 남편은 출장중 이거든요 벌써 7일이나 지났습니다.
출장가던 첫날, 섭섭한것 보다 친정엄마를 만난다는 것이 더 설레였습니다. 이틀을 친정에서 보내고 다시 울산으로 내려올땐 정말 오기가 싫었지요. 엄마와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 내렸고 엄마 또한 막내라서 그런지 안스러워 하셨습니다.내가 한번도 결혼 했다고 실감이 안났었는데 지금 내가 있어야 할곳이 포항이 아닌 바로 울산이란 곳이었습니다.
저녁 늦게야 도착해서 방문을 열었습니다.
허전하고 텅빈방안에 팔베개를 하고 누웠는데 높게만 보이는 저 천정위에 떠올려지는 것은 남편이 아니라 내 어머니 였습니다.
기름값 해가라고 당신 베개속에 꼬깃꼬깃 접어둔 만원짜리 지페 다섯장을 기어이 손에 쥐어 주시고 내가 혼자 다묵나 하시며 쌀40kg 을 찧어 주시고 또, 봉지봉지 사주시던 어머니 앞에 나는 눈물 안보일려고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동 걸고 차를 돌렸습니다.
백밀러로 멀어져 보이는 어머닌 치마자락으로 눈물을 훔치셨습니다.
어머니를 뒤로하고 참았던 울음을 맘놓고 흐느꼈습니다.
지금 저는 가슴이 너무너무 아프고 서라립니다.
만39세에 저를 낳아 키워 났더니 ...
그래서 모든 엄마들이 딸보다 아들을 원하는가 봅니다.
딸은 두번 서럽다쟎아요.
한번은 낳아서 서럽고 또 한번은 시집 보내서 서럽고...
내어머니가 바로 그러실 겁니다.
아버지도 없는 텅빈 큰집에 혼자 지내시는 엄마를 생각하면 무진장 가슴이 아파 옵니다.
아까, 신랑한테 전화가 왔는데 이번주 토요일에 진주로 내려 갈테니 양복좀 갔고 오라고 했습니다. 진주는 시댁인데 시어른께서 제주도 여행 가신다길래 용돈이라도 드릴려고 가기로 했습니다.그런데 못내려온던 사람이 고향 친구가 진주에서 결혼한다고 온다는 것입니다.
님도볼겸 알았다고 하면 ??것을 왜 그렇게 짜증이 나던지요. 왜 그렇게 보기가 싫던지요. 그래서 출장인 사람이 고향친구에게 목숨걸 일이 뭐 있냐면서 바락바락 화를 냈지요.
그랬더니 남편은 전화를 끊어 버리고 나는 전화기를 집어 던져 버렸습니다.
가끔씩 남편에게 이러거든요. 미안한 맘도 들면서도 미안 하지가 않아요.
어쨌든 오늘밤은 굵고 힘이센 장대비가 좍좍 퍼부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소녀시절 부터 비를 무척 좋아하고 사랑하거든요.
비가오는 날이면 한없이 분위기를 타는 기질이 있거든요.
암튼, 이밤 제 외로움과 서글픔과 그리움이 모두 빗속을 함께 타고 내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