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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하기 힘드네요


BY 두리 2000-04-27

시어머님은 올해 87세

귀가 어두워 잘 듣지를 못하십니다.
보청기를 해드렸는데도 불편하신지 잘 사용을 안하셔요.
그래서 이야기를 하려면 귀에 바짝대고 소리를 질러야하지요.

함께사는 형님은 그래서 거의 말을 안하고 삽니다.
어머님은 그것이 늘 불만이라고 하시지만 오늘처럼 몇시간씩
소리지르면서 떠들다 보면 금방 녹초가 되버리니 그 심정 이해
가 갑니다.

목이 아파서 우리끼리 이야기가 길어지면 "귀가 먹으니 아무것도 알수가 없어. 바보 천치나 한가지여" 이러십니다.
3시간 가까이 떠들다가 기진맥진 "저 이만 가볼께요"했더니
"벌써? 이제 4시밖에 안됐는데 더있다가지 "
누웠다 앉았다 하며 또 한시간 " 차 밀리기전에 가야겠어요"
"그래라 너희들이 같이 있으니 오늘은 참 좋구나"

현관에서 손 흔들고 다시 마당에서 또 손 흔드시고...
저만치 가다 돌아보니 아기처럼 조그마하신분이 아직도 이쪽을 보며 손올리고 서 계십니다.
쓸쓸한 그모습이 싫어서 그냥 앞만 보고 걸었지요.
당신은 그렇게 나를 원하시는데 못된 며느리는 빠져나올 생각만 하고 있었다니... 어머님 죄송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