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70

기억하기싫은 생일날


BY 이슬이 2000-04-30

화창한 오늘 님들 어떠셨나요?
저요?
생각하기도 싫은 하루였답니다. 토요일이면,하루도 빠짐없이 여행가는 습관으로 어제도 근사한 계획을 세워 새벽에 길을 떠났지요.더군다나 오늘이 제 생일이기도 해서 근사하게 보내기로 작정을 하고 떠났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하더군요.계획했던 곳에 도착해보니 계절이 이른탓인지 기대했던 꽃들이 이제야 봉오리를 맺고 있어서,실망감을 감추고 다른곳을 찾아다녔답니다.너무 멀리 떠나면 돌아올 길이 걱정이 되어서 궁리궁리하다 선택한곳이.꽃 박람회였답니다.아이들에게도 좋을것 같고,꽃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하지만 님들 결코 가지말아야 했던곳을 우리는 갔던거죠.그곳은 완전히 기다림과 인내심의 시험장이었답니다.들어가는 입구부터 차들로 꼼짝할수 없도록 막혀있었고,주차하기에,몇십분 표사는데 몇십분,화장실은 그야말로 난장판....님들 혹시 가보셨나요?
세계적인 박람회라는 말이 부끄럽더군요.어쩜 모든것이 그리도 허술하고,미숙한지...바가지 음식값에,꽃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 꽃구경하는건지 사람구경하는건지...꽃마차라고 운영하는 꼬마 차는.트럭에다 대충 판자로 막아놓고,운행하고.
아이들과 우린 지칠대로 지쳐버렸답니다...하지만 그래도 여기까진 양호한편이었지요. 눈 깜짝할 사이에 아이둘을 잃어버리고선,그야말로 내 정신이 아니었답니다.이리뛰고 저리뛰고,모든아이들이 우리 아이들로만 보이고,사람찾는 방송은 모두 내 이름을 부르는것 같고 지옥의 30분......
미아보호소에서 얌전히 안ㅈ아있는 아이들을 껴안으며,이를 박박 갈았답니다..왜 왔나? 도대체 이곳에 왜 왔을꼬?
심신이 모두 지쳐버린 우린 무거운 발걸음을 질질 끌며,돌아왔답니다.....정말이지 너무도 기가막힌 생일날이었지요,
남편도 어이가 없는지 생일날 굶어가며,뭐하는건지 모르겠다고,허탈한 웃음을 터트리더군요. 님들......어때요? 오늘 저의생일날이...아마 결코 잊지못한 날이 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