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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BY 자연 2000-05-06


엄마! 이렇게 엄마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참 오랜만이지. 가끔 카드같은 걸 쓰기도 했지만 제법 편지라고 쓴 건 참으로 오랜만이야.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싶어서 엄마 설득하느라고 열심히도 부쳤던 몇 편의 편지들...기억나?

엄마에게 부치지 못할 편지란걸 아니까 좀 용감해진다. 엄마, 나 엄마 무지 좋아하는 거 알지? 난 대학원 시험볼 때도 당당하게 그랬다. 누굴 제일 존경하세요? 난 엄마라고 했지. 바로 내 곁에 있으면서도 내가 항상 아, 정말 대단하다. 저 정도만 마음이 넓어도 좋겠다..그런 생각 들게 해 주는 사람이 그리 흔할까?

나..세상에 나가서 사람들이랑 부대끼고 많이 서럽게 울고 힘들고 여자, 남자 그렇게 분리되는 사회속에 살면서 나에게 엄마는 엄마였지 같은 여자는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어. 이제 내게 엄마는 엄마인 동시에 동성의 같은 여자야. 그래서 엄마를 더욱 사랑하고 아끼고 존경해. 그거 알지? 엄마.

이제 내가 없으면 못살겠다는 남자랑 결혼이란 걸 해서 같은 서울 아래 살면서도 엄마가 막 그리울 때가 있다. 내가 무지 아팠을 때 기회다 싶게 짐을 싸들고 엄마에게 산후조리도 아니면서 대단히 아픈 것처럼 응석부렸잖아. 그래도 엄만 이것저것 내가 먹고 싶다는 거 다 사 오셔서 엄청 잘도 먹여주셨지. 엄마의 사위가 와서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다는 핑계로 나를 데려갈 때 엄마 나 때문에 주말에 쉬지도 못해 피곤해 하면서도 섭섭해 하시던거 생각하면 참 눈물이 난다. 그리고 나 그 날 밤 다시 열이 많이 나서 잠 못자면서 억억 서럽게 울어대며 야속하게 잘도 자는 엄마의 사위를 깨울 듯이 더 크게 울며 엄마의 따스한 두꺼운 손이, 언제나 내 열 있는 머리에 얹혀졌던 그 손이 생각나 내 손을 이마에 대고 잠을 청했었지.

엄마! 알지. 엄마의 아기같은 막내는 언제나 엄마를 무지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