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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이심전심?


BY 한송이 2000-05-08

해마다 초파일이 되면 친정엄마와 막내동생과 난 연등을 들고 시가 행진을 했었다.
그런데 어제는 우리 세 식구(남편, 아이, 나)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아예 엄두도 내지 않고 있었다. 외출에서 돌아온 후 세 식구 모두는 낮잠을 느긋하게 잤다.
일어나니 오후 6시!
동생은 밤을 새워 장엄물(불을 뿜는 청룡)을 만들고, 오후엔 또 그 놈을 밀고 간단다. 칠십이 넘은 울 엄마 또한 등을 들고 행진을 한다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을 노모를 생각하니 집에 있을 수가 없었다.
동생과 청년들이 며칠 밤을 새워 만든 그 청룡을 비됴카메라도 찍어놓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하고.....

그래서 바쁘게 저녁상을 차려서 먹고는 행사장으로 향했다.
차는 왜 그리도 밀리는지.....
거의 한 시간에 걸쳐 행사장 근처에 내려서 뛰는 듯이 걸었다.
그 장소에 도착하자 마자 우리 단체의 낯익은 얼굴들이 막 나오는 것이다.
가쁜 숨을 몰아쉬고는 엄마를 찾아 신고(?)를 했다. 반가와 하는 울 엄마!
1시간 정도의 연등행진을 마치고, 모녀는 늦은 도심의 지하철을 타러 두 손을 꼭 잡고 갔다. 모정을 새삼스럽게 느끼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고 했다.
'내가 오지 않았다면, 노모는 얼마나 허전하고 쓸쓸했을까?'

지하철에서 내려 택시로 친정에 엄마를 모셔드리고 난 우리집으로 향했다. 시계는 밤 11시를 향하고 있는 늦은 시간이지만,
'앞으로 몇 번 이 행사에 울 엄마가 동참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고,
또 다리는 좀 뻐근해도, 내가 할 도리를 했다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으로 귀가했다.
'딸 하나 더 낳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