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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꾸러기 그대에게


BY 유경화 2000-05-09

뜬금없이 메일 박스로 날아온 메일 하나.
"욕심꾸러기 그대에게'.....

알고보니 남편이 보낸 메일이었어요. 결혼과 동시에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았던 남편. 거기다 애들까지 생기고 부터는 더더욱 글 한줄 쓰지 못하고 법과는 전혀 생소한 장사를 하며 생활전선에 뛰어든 사람. 그이는 나를 만나 고시공부 포기하고, 그 좋아하는 소설도 자식과 마누라 먹여 살리기 위해 포기하고 말았어요. 소설가는 배고픈 직업이라며 쓴 웃음 짓던 그이의 얼굴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난 바보같이 돈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하라고 당당하게 말 할 수 없었답니다. 너무 많은 것을 받고만 살았는데, 오늘 또 다시 나를 감동시킵니다. 그 바보같은 사람이....

자신의 꿈보다 저와 두 아들이 더 소중하고, 지금은 우리 가족이 바로 자신의 꿈이 되었다나요. 왜 힘들지 않겠어요. 저 같은 욕심꾸러기 만나서 그동안 맘고생이 정말 심했을 거예요.

마지막에 가슴 시리도록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적은 '미운당신'이라는 말이 왜 그렇게도 절절히 다가오는지....

오랜만에 소꼬리를 샀습니다. 푹고와서 파 송송썰어 넣고 정성껏 그이에게 바치렵니다. 뭐든지 주고싶은 날입니다. 내 심장은 이미 그이가 가져갔고, 마지막 남은 머리마저도 주렵니다. 이런 남자에게 뭐가 아깝겠습니까?

사랑하기에도 모자란 세월 열심히 사랑하며 살기를. 내세에도 다시 만나(그이의 색깔은 언제 어느곳에 있든지 내가 알아 볼것이기에) 이렇게만 살고 싶습니다. 그때는 내가 그이를 위해 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