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날씨가 스산할때면,난 술 생각이 난다.
삶이 힘에 겨워 휘청일때면,난 술을 마신다.
술잔속에는,내가 앉아있고 나의 눈물이 녹아있고,나의 고통이 출렁이고 있다.
하루를 마감하는 새벽에 남편과 함께 술 한잔을 나눈다.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문득문득,아 이남자도 많이 늙었구나,하는 생각에 가슴이 싸하게 아파서 난 또 술한잔을 털어넣는다.
매일매일을 같이 붙어다니면서,우린 10년을 살았지만 보통부부의 30년을 살아온것보다 더많은 시간을 보냈을거다.
거의 24시간을 함께 있으니까......
서로 아무런 말을 안해도 아무런 몸짓이 없어도,너무도 속속들이 우린 서로를 읽는다.
마치,나 자신인것처럼..
오늘도 술을 마셨다.
날씨가,쌀쌀하다는 이유로,괜시리 슬퍼진다는 이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