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침에 너무 슬픈 이야기를 올렸지요. 한편으론 미안하게도 생각합니다.
근데, 그 글을 올리고 난 다음, 내가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일이 불현듯 생각나 또 한 번 가슴 아픈 일을 여기다 적습니다.
전 아들녀석 때문에 병원 생활을 남보다 많이 했지요. 그 때 같은 병실에서 같이 울고 웃던 어린 환자들 중 한 아이 이야깁니다.
전 그 아이를 알게 된 뒤로, 주위의 아이를 가진 엄마들에게 버릇처럼 주장하던 게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절대 무서운 걸 보여주지 말라. 놀래키지 말라."
그런데 세월이 조금씩 지나면서 잊고 있다가, 오늘 생각난 겁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모두 주의하시라고 이렇게 적습니다.
우리가 있던 병실은 모두 불치나 난치환자만이 있었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엄마들을 가슴아프게 한 7살 짜리 남자아이 이야깁니다. 남도 지방에서 올라온 아주 잘생기고, 똑똑했던 아이였답니다.
삼성의료원은 보호자가 1명 밖에 상주할 수 없는 병원인데, 그 아이만은 예외적으로 부모 모두 보호자로 병원생활을 했지요. 경영하던 레스토랑은 친척에게 맡기고 말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그 남자 아이는, 보지도, 듣지도, 생각하지도 못하는, 그리고 가끔씩 본능적인 말만 하는 아이였으니까요. 먹으려고도 하지 않아서, 끼니때가 되어 무언가를 먹이려면 엄마 아빠는 아이에게 달라붙어 억지로 붙잡고 전쟁을 치루어야 했습니다.
그 아이는 어느 날 밤 갑자기 그리 되었는데, 말하자면 뇌가 망가져버린 것이지요. 원인도 모른 채. 그리고 치료방법도 모른 채.
그 아이는 엄마 등에 업혀서도 엄마를 알아보지 못해,
"엄마 보고싶어요. 엄마 보고싶어요."를 되뇌여서 우리 병실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리곤 했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엄마를 찾는 맘은 남아 있는 것이지요.
그런 아이가 하루는 발작을 일으켰습니다. 허공을 가리키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쫓는 시늉을 하면서 무서워 벌벌 떠는 것이었지요. 비명을 지르는 그 아이를 부등켜 안으며, 우리 엄마들은 아이를 달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그 아이의 입에서 나온 말은 우리를 경악케 했지요.
"이거 줄 테니 나 잡아먹지 말아요. 저리 가요. 나 엠 싫어. 무서워. 저리가요."
오래 전에 M이란 드라마가 있었지요. 심은하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저는 그 드라마를 안 보았지만, 무척 무서운 내용이었다지요. 그 아이는 그 드라마를 어른들과 함께 즐겨보았고, 그 기억이 머릿속 깊이 박혀 새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사람의 기억이란, 그리고 특히 어린이의 기억이란 이렇게 무서운 것입니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말했듯이, 애들한테는 무서운 소리도 들려주지 말고, 무서운 것도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