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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쯤은 가방이 바뀌어도 좋아....


BY 영자 2000-05-22


오늘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들은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비록 내 얘기는 아니지만 듣고나니 느낀 바가 있어서요.

우리가 학교다닐 때, 그러니까 한 15년~20년 전쯤에는 중고등학교 때 모두 교복을 입었고 또 들고 다니는 가방도 다 똑같은 가방이었어요. 그래서 가끔 분식집이나 문방구 같은데서 실수로 가방을 바꿔들기가 일쑤였죠. 집에가 뒤늦게 가방이 바뀐 걸 알아도 지금처럼 통신수단이 발달하던 시기가 아니라 다음날 학교에 남의 가방을 들고 등교해 서로 바뀐 가방을 찾곤 했죠.

그런데 요즘도 가끔 이런일이 있답니다. 남자직장인들이 들고다니는 서류가방 있죠, 혹은 노트북 가방같은 거요. 그런 것들은 술집같은데서 요즘도 가끔 바뀌는 모양이예요.

어느날 어떤 남자가 술집에서 그렇게 자신의 서류가방과 남의 가방을 바꾸어 들고 오게 되었는데요. 그 남자는 그 일로 자신에 대한 반성과 함께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되었대요. 왜냐구요? 다시는 가방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냐구요???? 아니요, 그게 아니구요...

바뀐 그 남자의 가방속에서 상대방의 연락처를 찾다가 보니... 그 남자의 가방안에는 불어, 일어 교재와 외국어 공부를 하는 문서들이 가득 찼고 그 남자의 다이어리에는 매일 헬스클럽에 나가는 스케쥴과 외국어 공부하는 스케쥴, 그리고 주말이면 애인과 데이트하는 스케쥴까지 꼼꼼하게 적혀있는 것이 하루하루를 너무도 충실하게 사는 모습이 보이더라는거죠.

그남자는 생각했죠. 나와 비슷한 나이에 똑같이 24시간이 주어진 그 남자와 자기 자신의 삶이 너무 비교가 되고... 자신의 삶이 반성이 되더라는 거죠. 우연치않게 본 그 남자의 24시간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하고 자신의 삶에 채찍을 가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라디오 DJ의 멘트는 '가끔은 이렇게 가방을 바꿔들고오는 실수를 할 만도 하지요?' 라고 끝났지만....

저는 오늘 이 얘기를 라디오를 통해 듣고는 요즘 아이를 가졌다고 약간은 해이해져 있는 저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되었답니다. 결혼전에 한창 열심히 일할 때는 아침엔 영어회화 학원에 저녁엔 일과 관련된 공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낮에는 주어진 일을 하느라 정말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몰랐고, 그럼에도 참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조금은 게을러 진 것 같고.. 조금은 남의 보호와 배려를 요구하게 되는 것 같고... 그런 내 모습에 어떨 때는 실망하게도 됩니다. 물론 아기를 가졌다는 것이 내가 그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저 자신을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게 하지만... 그런데다 약간의 점수를 주더라고 요즘의 나는 참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부터라도 아가에게 멋진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어요. 그것이 큰 움직임이 아니어도 눈코뜰새 없이 바쁜 엄마의 모습이 아니어도... 그저 아가가 보기에 제가 참 매력있는 엄마로 보여지길 바래요. 허리를 구부리기 어려워 감기 싫은 머리도 이젠 더 열심히 감고... 화장이 잘 안먹을 때는 마사지도 열심히 해서 예쁜 엄마의 모습을 보여줄 꺼고... 음식도 귀찮아 하지 말고 더 맛있게 먹고, 일도 더 의욕적으로 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줄까봐요...

물론 아가와 나의 건강이 최고이긴 하지만요..

오늘 라디오에 수지님과 파라님이 나오셨습니다. 하루하루를 의욕적으로 매력적으로 살아가는 두분의 모습에서 난 정말 아름다운 아줌마의 모습을 보았답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