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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이야기


BY 자운영 2000-06-02

오늘은 일기예보와 상관없이 날씨가 무척 쾌청했다. 덕분에 이불에선 6월의 햇살내음이 났다. 빨래며,청소며,반복된 하루일이 시작되고 어젯밤 풋나물무침과,열무김치,뚝배기에 자작하게 끓인된장,그리고 고추장한스푼,참기름한방울 그렇게 비벼서 너무 욕심을 부렸던지 눈은 부숭숭붓고 얼굴이 큰바위마냥 커져버렸다 서둘러 목욕탕으로 가서 한증실에서 붓기 빼기 돌입 냉탕과 열기속을 왔다갔다 하면서 달디단 나의 입맛을 탓해봤지만 그때뿐, 이고 어쨌든 붓기 빼기는 800그램 빠진걸로 일단은 성공 물론 수분이 빠진거겠지만, 가뿐한 마음으로 시장보기를 했다. 재래시장은 덤이 있어 좋고 아줌마들의 은근한 유혹이 좋고 푸근한 웃음이 좋아서 항상 애용하는 곳이다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품목으로 손님을 맞지만 이곳에서부터 내 머리는 팬티엄급 컴퓨터가 된다 . 저녁메뉴가 설정부터 지지고 볶고 튀기고굽고,온갖 과정을 거쳐 바구니에 담겨지고 마지막 과일까지 장보기를끝내고 씩씩하게 걸어서 온다. 왜?걸어오냐구? 이유가 있다. 아파트 철책 너머 자투리 땅에 할머님들이 일구신 밭에 자라는 고추며,상추,토마토, 가지,깻잎 등 채소가 오늘은 얼만큼 자랐는지도보며 유월의 아카시아 향도 맡으며 그렇게 집에 오면 한낮 햇살에 뽀송송 마른 빨래가 기다리고있고 찬거리 다듬고 쌀씻고 그래서 오늘도 대여점에서 빌려온 책을 넘겨보지도 못하고 말았다. 아마 저녁을 끝낸후 책을 봐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