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9시 뉴스를 시작했다. 첫 뉴스가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1.6도라는 것이다. 참! 나 기가 막혀서.....지난 주 어느 날 대구의 낮 최고는 34도였다.
물론 서울엔 대한민국의 1/4이 되는 인구가 사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이 나라가 마치 서울에 의해서만 굴러가는 듯, 착각하게 된다. 대학도 서울대학만이 최고이고...또, 서울에 있는 대학만 제일이고, 지방 대학의 인재는 제 아무리 날고 기어도 기가 죽어야 한다
오죽하면 이런 우스개까지 있다.
서울법대=서울에서 제법 먼 대학
서울약대=서울에서 약간 먼 대학
서울대=서울에 있는 대학 ------> 광수생각 중
며칠 전 치른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도 그렇다. 전국과 해외에서 후보가 참석했지만, 미스 서울진= 미스코리아 진 이라는 공식이 공공연하게 느껴졌다. (해마다 거의 그랬다)(예상대로 미스 서울 진이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혔다)
대구의 한여름은 기온은 최고 39-40도를 육박한다.
며칠 전도 대구는 몹시 더웠었다. 그러나 서울은 그때 천둥 번개가 치고, 비가 내렸다. 근데 뉴스는 서울의 날씨를 방송했다.
서울에서의 작은 사건은 부풀려 방송하고, 지방의 큰 사건은 대수롭지 않게 방송하는 메스컴의 편파성을 이미 알고 있긴 하지만, 심해도 이건 너무하다. (메스컴의 이중성과 편파성을 잘 보여주는 영화가 있는데, [리틀 빅히어로]-더스틴 호프만 주연)
몇 년 전 대구의 상인동 가스 폭발 사고가 났을 때, 모든 방송국에선 정규 방송을 내 보내고 있었다. 80년 광주에서 5.18이 일어났을 때도 마찬가지.....(그 땐 나이가 어려서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자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오늘 서울 낮 최고 31.6도가 나를 여태껏 지방에 살아오면서 느낀 모든 울분을 건드렸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모두 서울로 서울로 모여든다. 그래서 서울사람=잘난 사람, 지방사람=못난 사람이라는 등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되는 것이다. 서울 사람들의 느낌은 좀 다를지 모르겠지만.....
모든 국제적인 행사를 서울에서 치르고, 문화 행사도 거의 서울에서 치른다. 지방에 사는 우리들이 받을 수 있는 문화적 혜택은 그나마 지방 순회 공연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것도 대구의 보수성 때문에 그냥 건너뛰는 경우도 많다.
억울하면 서울로 와서 살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사람이 터를 잡고 사는 곳을 떠나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