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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부부(2)


BY 두아이와 2000-06-04

기쁨돌이 민겸이는 이제 28개월 그녀석의 책꽂이엔 책이 별로 없다.
정말 작정하고 친구가 모 회사에 다닌다기에 할 수 없이(미안.. 친구.. 하지만 정말 할수 없이 산고야.. 그땐 컴이 없었으니까..) 자연탐구와 영어단어장을 무려 50만원을 사고 일주일동안 배아파 했었다. 유아전문교육학자들은 그럴 것이다.
저 아줌마 큰일날 엄마라고...
하지만 그렇게 큰돈들여 산 책조차도 책꽂이에 그대로 꽂혀서 먼지만 풀풀 날리고 있다.
이제 말이 트인 기쁨돌이가 굳이 책을 꺼내 읽는다면.. 사촌형아가 2-3년전에 한참 읽었던 창작동화 몇권이 전부다. 그나마 며칠전 기쁨돌이가 잠자리에서 "책읽어줘"라는 말에 기분좋아했지만서도..
암튼.. 기쁨돌이 이녀석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먼저 컴퓨터로 달려간다.
물론 내가 쫓아가야 한다. 늦으면 게임을 실행중이기 때문이다. 게임이야 아직 유아게임이 전부지만.. 그래도 쪼르르 쫓아가 굳이 동화나라에 가서 동화 서너편을 보고, 듣게 해주고 그 후에 간단한 게임을 하게 한후 영어노래를 듣게하고 있다.
28개월짜리가 큰소리로 외쳐부르는 노래는 트윙클트윙클리틀스타~~~로 시작하는...
내가 내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중 하나는 다른집 남자들은 부인이
여보.. "우리 아이 책사줘야 겠어요.." 하면.. "응.. 그래 아끼지 말고 사.. 자식은 최고의 투자니까.." 라고 하는데..
내 남자한테 "민겸이 책사줄까 고민중이야.." 하면
내 남자는 "니가 만들어 줘"라고 하더니 요즘엔 "민겸이 마우스 클릭할 때 엄지손가락으로 못하게 해.. 그거 버릇되면 큰일나.."
라고 한다.
사실 28개월짜리 작은손으로 마우스를 누른다는 건 보통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내 자리는 휠마우스가 아닌가..
나는 전적으로.. 절대로 책을 보유한다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아니다. 책도 있어야 하고.. 컴퓨터도 있어야 한다..
책은 사촌형아들이 보던 책을 내려받으면 되고 나머지는 인터넷에서 내가 원하는 걸 얻으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전 "책읽어줘"라며 책꽂이에서 꺼내온 늑돌이의 선물은 나보다 더 우리 아이가 책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다.
사실 큰돈들여 자연탐구와 영어단어를 살 때 신랑과 많이 싸웠다. 그 돈으로 유아학습컴퓨터를 사면 두서너개는 사겠다.. 했었으니까..
그나마 내가 밀어부친 이유는.."전기 나가면 심심해서 어케.."
참고로 우리 기쁨돌이 장난감조차 내남자와 내가 사준건 하나도 없고 얻거나 물려받았다.. 옷조차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집엔 내가 생각하기에 빵빵한 컴퓨터(팬티엄투밖에 안되지만)가 세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