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는 아침시간
식구들이 빠져나간 허전함뒤에 산더미만큼 쌓인 일들
한참을 종종 거리다보면 어느새 오후
모두가 이렇게 산다고 하지만 왠지 허무하고 뭘 위해
동동거리며 사나 싶다
저녁준비를 하며 생각나는 엄마
위염으로 하루 한끼만,잡곡밥을 약으로 드시는 엄마
매운 김치찌개를 후후 불며 땀 쭉 흘리며 먹는 나를 보며
'맛있니? 속 아파서 간도 안 봤는데'
당신은 드시지도 못하시면서 맛있다 맛없다 식구들 주문에
맞춰 요리하셨던 엄마
그래도 언제나 맛있고 지금도 그리워지는 엄마가 차려준
밥상
엄마도 내 나이때 이런 마음을 느꼈겠지
아니, 지금도 웬지 모를 허전함에 우울하실 것 같다
아래 글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 몇자 적습니다
이런 감정 저 만의 것은 아니겠지요
[양배추에 담긴 비밀]
동그란 양배추속에 꼭꼭 숨긴 여자의 비밀...
가끔 서글퍼질 때가 있다
세탁기로, 이리저리 정신없이 오가며 일하다가
문득 우울해지는 날
살림아! 저리 가라...
두 손 그냥 내려놓고 싶은 날
우리 여자에게도 그런 날이 있는 거다
그저 한 번 건네주는
남편의 따뜻한 말 한 마디면 풀어질 마음인데
막대기 같은 남편은 그걸 모르고
아이는 엄마 마음 같은 건 아랑곳하지 않은 체 조르며
풀 향기 한 번, 꽃 빛깔 한 번
여유롭게 구경할 수 없는 그 마음에 먹구름이
그런 날, 야채 가게에 가지
동그란 양배추 하나, 당근 한 개, 감자,버섯
싱싱한 녀석들을 골라
장바구니를 채워 보는 거야
그리고 요리를 하는 거야
꼭 막힌 내 마음을 열어 보이듯
양배추를 몇 등분하고
당근, 감자 송송 채 썰면서
남편에게 못 다한 이야기를 해 보는 거야
왜 가끔 서글퍼지는지 낱낱이 말해 보는 거야
보들보들 버섯 하나하나 손질하면서
아이에게 주고 싶은 이야기도 털어 놓고
사랑하면서, 자꾸 야단치게 되는 엄마 마음을...
그 양배추 속에 꼭꼭 채워 넣고
살짝 끓여 내는 거야
양배추 익는 동안 녹말가루를 풀어
걸쭉한 소스를 만들고
걸쭉하게 노래 한 곡도 불러 보고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노래하고...
생각으로 가득했던 마음이 비워지는 듯 하네
맑아지는 듯 하네
양배추 속에 어떤 비밀이 담겼는지 모르면서
사람들은, 식구들은 잘도 먹네
출처 : 사이버주부대학 태그연습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