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공부 열심히 했지요, 우리는. 공부를 안 하면 다른 방법이 별로 없었기에 공부만 들이 팠어요. 대학을 가면 뭔가 달콤한 것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환상도 가지고 있었지요. 사실 대학에 가서 얼마간의 해방감을 맛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은가봐요. 학교교실이 무너진다느니, 학업의 중압감이 너무 심하다든지, 창의성을 무시하는 교육이라든지 하는 이유로 이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많습니다.
사실 오늘 저도 3학년 아들아이를 붙들고 하루종일 시험공부를 시켰습니다. 햇볕 좋은 유월의 휴일에 잔인한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다음 주 시험을 무시할 수는 없었습니다. 꼭 이렇게까지 하면서 살아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 땅에서 살아가려면 어쩔 수 없지 하고 다시 생각을 고쳐 먹었습니다.
하긴 외국으로 유학을 보내는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것은 아닙니다. 얼마 안되는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수업을 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얼마든지 하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답
니다. 과외나 숙제같은 것도 큰 부담없고 이곳 아이들이 공부하는 반만 해도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한다니 부부가 생이별한는 것도 감당할 수 있겠지요. 게다가 기성세대들이 주눅들어하는 영어를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다니 이산가족인들 대수겠습니까?
하지만 어린 시절 외국에서 생활하고 공부한 아이들이 그 부모, 그 조국을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 아이들은 그냥 그곳에서 즈희들끼리 살아야겠지요. 그 아이들은 자기 아이들이 여기서 고생하는 것을 못 견뎌 할테니까요, 그 부모가 그랬던것처럼. 이제 세상이 너무 빨리 변해버려 자식이 어디에 살던지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고도 할수 있겠지요.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만으로도 괜히 서글퍼집니다.(물론 자식에게 연연하겠다는 얘기는 아닙니다.절대로)
그래도 이 열악한 교육환경에서도 미래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또 뒷바라지하는 부모들이 더욱 많습니다. 저는 이 아이들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진정한 차세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도 늘 그래왔듯이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