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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유치원 단체사진을 보고...


BY scarlet 2000-06-21


우리 큰 아이는 올해 4살.
생일이 빨라서 유치원에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제 어린이날 행사 때 찍은 단체사진을 처음으로 들고왔다.
사진을 보는 순간.....

열받았다는 표현이 가장 적당할 듯 싶다.

사진이 두 장이었는데 두 장 다 맨 구석에 얼굴도 제대로 나올동말동 어색하게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아무리 눈을 씻고 다른 아이들 얼굴이랑 비교해보아도 우리 아이가 가장 구석에서 가장 조그맣게 얼굴이 나와있었다. 두 장 다......

혹시 우리 아이가 유치원에서 선생님의 관심밖에 나는 그런 아이는 아닐까. 미처 선생님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그런 아이.
사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자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었다.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내년엔 유치원을 옮겨 버릴까.(그럼 이미 산 체육복이랑 가방은 어떡하지?)
'연말에 상품권 하나 주려고 했는데 흥. 미쳤다. 아깝게 그런데다 쓰게.(여기는 카톨릭재단이라 스승의 날 선물까지 금지시킨다. 절대 안된다. 단 1년을 마친 후에라야 담임한테 마음의 선물하는 게 허락이 된다. 그래서 연말에 상품권 하나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거 아쉬워하는 교사도 아니겠지만. 그저 내 성의로)
'전화를 할까. 왜 우리 아이를 이렇게 구석에 배치했냐고.'

자원봉사로 유치원에 임원활동을 하는 아이들은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맨 앞에 중앙에 잘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혹시 선생님이 그 애들에게 더 관심을 가져주고 우리 아이한테는 별로인가 하는 생각에......

오늘 아침까지도 그 분이 안 풀리고 있다. 남편은 지금 출장중이지만 얘기해 보았자 분명히 그까짓 것 하고 넘겨버릴테고...

설겆이하면서도 계속 혼자 씩씩거리고 있었다.

그래. 전화라도 해야겠다......

결심이 거의 서는 순간......

구석자리에는 누군가가 서야한다는 생각......
이 내 발목을 잡는거다....

만약 우리 아이가 안 선다면
다른 아이가 서겠지.

내가 우리 아이 세우지 말라고 해서 설사 안 세운다 치자.
그럼 다른 누군가가 서야하는데

결국 내 전화는 불리한 자리에 우리 아이 세우지말고 다른 아이 세우라는 말밖에 안되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중앙에 자리잡고 앉은 아이들과 맨뒷자리 그늘까지 져서 얼굴만 삐죽이 내밀고 있는 우리 아이 사진을 보면 화가 나고

그렇다고 그 자리에 다른 아이를 세우라고 할 수도 없고.

답이 안 나온다.

이제 시작이겠지.
학교에 보내놓으면 대단하다고 하던데.....

후~~~~

지금까진 나와 아이들 관계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사회로 나간 아이에 대해서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