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394

웬수같은 남편.. 웬수같은 사회


BY wwfma 2000-06-22

지금 새벽 3시다.
내 남편은 지금 집에 없다.
어제 이 시간에도 없었다.
나는 몹시 화가 나서 맥주 한 캔을 따 들고 컴퓨터 앞에 앉아 이 고발장을 쓴다.
우리 신랑이 밤손님이 직업이냐고? 아니다
낮에 일하는 직업이다. 그런데도 밤에 수태 없다.
야간 작업 수당을 받아 오는 것도 아니다.
이렇게 새벽까지 안 오는 날은 대부분 술이다.
일로 늦을 때는 그래도 12시 전에 온다.
일주일에 몇번씩 새벽에 오는 남자. 그런 아빠 밑에 토끼같은
새끼들은 그래도 아빠를 무진장 기다린다.
나?
나는 안 기다리려고 노력한다.
왜냐구?
너무 화가 나니까.
남편 귀가 시간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나는 매일 화를 내야한다.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그런 남자도 이 대한민국에서는 잘 나간다는 사실이다. 그런 남자가 설 곳이 너무 많다.
오히려 그런 남자와 매일 싸워댔다가는 아마도 내가 설 곳이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영악하게 안 싸운다.
하지만 그쪽 부분에서 나는 불행을 느낀다.
그래도 안 불행한 척 한다. 더욱 불행해질테니까.
대한민국의 불쌍한 아낙네들은 기본 충성도 못하는 남편들과도 참고 산다. 그래서 매일 빈 집에 기준이나 잡고 있는 처지가 되더라도 초연한 척 솔직하지 못한 평화를 가장하고 산다.
이 어찌 아줌마가 현대의 천민계급이란 소리에 어울리지 않겠는가?
이 밤에 어디 가서 뭘 하는지 보이지도 않는 어둠에 남편을 내맡기고 혼자 속을 끓여야하는 나는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남자의 방종을 묵인하는 대한민국이 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