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170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요


BY 심심해 2000-06-23

컴에서 아줌마를 만나면서부터 늘 집에 껌처럼 붙어 신발신을 일도 없이 살던 저는 한달에 몇번씩 외출할 일이 생기더군요.
아이고 지겨워! 소리를 달고 산 저. 지겨워 소리가 습관이 되었다고 핀잔을 주던 남편. 그런데 이제는 아이고 바쁘다 바뻐로 변했답니다. 집에있으면 여러 아지트를 통해 알게된 언니와 친구와 동상들이 전화를 해주고 때로는 만남을 갖고 정말 요즘 사는것 같답니다.

내일도 아지트의 정모가 있어 남편 퇴근하면 딸아이를 맡겨놓고 다른 아지트 술벙개 나가려고 했는데 울남편 고향친구가 낼 올라온다고 했대. 그래서 나보고 담에 가면 안되냐구 하더라...

내가 막 신경질 냈어. 집근처 호프집한번 가자고 해도 그게 뭐 그리 어렵냐고 말만하고 한번도 가자고 안해서 오랜만에 술좀 마실려고 한다고...

그러니까 마지못해 하는말이 정 안되면 친정에 서영이 맡기고 놀다가 일요일날 오라구하더라구. 그래서 에이 안가련다 하고 있었는데...

조금전 또 전화가 왔어. 워낙 말이 없는 사람인데 한잔 먹었는지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하더라구.

그냥 갔다와. 하지만 그거 하나만 알아줘. 남들이 땡돌이라고 해도 나는 밖에서 술마시고 당구치고 돈 쓰며 다니는 것보다 가족들하고 있는것이 더 좋아서 집에 늘 일찍 귀가한다구. 자기는 우리 가족을 위해 정말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다고.

그래서 내가 나 다음주도 다른 아지트 정모에서 술마실 건수 있으니까 요번엔 안간다고 했더니..

니가 그렇게 좋아하고 하고싶어 하는건데 맘편히 다녀오라고 못해서 미안하다고. 자기도 왜 그런지 모르겠다면서...

아무 걱정말고 친정에 서영이 맡기고 일요일날(일요일날 일이 있어 잠시 출근했다 올거거든) 자기 집에 들어오기 전에 와달라고. 아무도 없는집에 문열고 들어오는거 싫으니까 먼저 집에 와서 맞아달라고...

그래서 낼 오랜만에 술푸러 갑니다. 맘편하게...
늘 너무 무뚝뚝한 남편이라 불만이지만 그래도 항상 아내와 딸을 위해 늘 너무나 노력하고 있음을 제가 알기에 오늘 남편의 전화가 너무 고맙게 느껴집니다.

아내란 사람이 맨날 아침출근도 못보고 잠만 쿨쿨자고 오늘은 도시락 반찬도 준비 안해놔서 도시락도 못갖고 가고, 아침에 화장실 가느라 나왔더니 국 데워 혼자 아침 차려먹고 가는 울 남편! 그리고 먹은것까정 냉장고 속에 집어넣고 씽크대속에 담가놓고 가는 울남편에게 왜그리 미안한지...

울남편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남편이죠? 히히히
자기야~ 조만간 아침밥 먹여줄 수 있도록 노력할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