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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냥......


BY 써니 2000-06-24

핏줄이라는 공통체로 맺어진 부부와 자식이지만, 살아가면서 지속적으로 연결되는 공감대가 있지 않으면, 이해관계로 엮어진 사회생활보다도 더 재미없는 가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요일에 해운대를 찾아 바다 위에 유유히 떠다니는 보트를 보면서 남들의 멋있는 취미생활을 부러워했지만, 아무리 세금 내지 않는 바다지만 자기네들만 공유하는 게 배가 무척이나 아팠다.

벤치에서 신랑다리를 베개삼아 누워있으니 하늘도 내 것 같고, 바다 또한 내 시야에 담겨져 있기에 명의는 등기 되어 있지 않아도 눈도장 만으로도 내 것 같았다.

해운대까지 가는 차 속에서는 덥고 한낮의 열기가 짜증스럽더니, 지금 이렇게 신랑신부의 역할이 바뀐 자세로 누워 있으니,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았다.

녹색으로 계절에 맞게끔 제색깔을 뽐내는 이름 모르는 나무들과
선명하지는 않지만 저 멀리 그려져 있는 수평선, 바다인지
하늘인지 분간이 어려운 푸른 창공들이 어울러져, 안경으로 한번 걸러져 들어오는 나의 시야를 어지럽히고 있다.

돌아오는 길에 롯데리아에 들려 팥빙수 먹자는 나의 의견에
오래간만에 몇 안 되는 가족이 만장일치로 입맛을 통일시켰기에,
먹거리를 책임져야하는 주부로써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편안한 의자에 서로 앉겠다는 사십을 바라보는 신랑과 조금 실랑이를 벌인 것 외에는 그런대로 썰렁하지 않는 시간이었지...

나오는 길에 오락실 앞에 놓여진 오백원에 여섯 번 할 수 있는 인형을 낚시하듯이 끌어올리는 기계 앞에서 꼬마나 어른이나 똑같이 즐거워 하는 모습에 오락속에서 공감대가 형성됨을 느꼈지.....여기는 안되겠다고 자리를 옮기자는 말에 급하게 차를 몰고, 동네 근처에서도 몇 군데 옮겨다니면서 투자한 일만원에 인형 세 개 정도의 소득을 올렸나...

이제 요령을 터득했다지만 저기서 그칠 것 같지는 않는데...
저녁에 친구 만나러 혼자 나간 뒤,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게 나는 잠들었지만, 머리맡에 놓여진 열 한개의 인형때문에
꿈자리가 얼마나 사나웠던지.....

얼마를 투자하여 인형을 건졌는지 모르지만, 저 남자가 요새 왜 저렇게 주책없이 나이 들어가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