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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훈님의 "사모"


BY 남상순 2000-06-24






사모

사랑을 다해 사랑하였노라고


정작 할 말이 남아있음을 알았을때


당신은 이미 남의 사람이 되어 있었다



불러야 할 뜨거운 노래를 가슴으로 죽이며


당신은 멀리로 잃어지고 있었다.


하마 곱스런 웃음이 사라지기 전


두고 두고 아름다운 여인으로 잊어 달라지만


남자에게서 여자란 기쁨 아니면 슬픔



다섯 손가락 끝을 잘라 핏물 오선을 그려


혼자라도 외롭지 않을 밤에 울어보리라


울어서 멍든 눈흘김으로


미워서 미워지도록 사랑하리라



한 잔은 떠나버린 너를 위하여


또 한 잔은 너와의 영원한 사랑을 위하여


그리고 또 한 잔은 이미 초라해진 나를 위하여


마지막 한잔은 미리 알고 정하신 하느님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