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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그래요


BY 풀씨 2000-06-28

장마비가 줄기차게 온다
안개인지 해무인지 하루종일
앞베란다 방충망 틈새로 물입자가 날아든다
건조대 빨래도 마른 옷도 꿉꿉하다
맨살에 느껴지는 바닥은 온통 습기를
머금은듯 축축하다
보일러를 틀어놓고 왠지 헝클어진 마음으로
섣부르게 뭐든 시작하고 싶지 않은 날
공선옥의 "자운영 꽃밭에서 나는 울었네" 책은
아직 열어보지도 못한채이다
원두커피를 들고 앞 메란다 방충망을 열어본다
짙은 해무속에 바다내음이 묻혀오고
산도 아스라히,건너편 아파트도,도로에 질주하는 차량도,
희미한 실루엣 같다

이런날 이렇게 지독히 안개낀날은
여고시절 친구가 너무 그리워짐은...

내 감정의 사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