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 226

그사람도 k랍니다


BY 풀잎향기 2000-06-29

전 결혼20년되었어요
큰아이는 올해 대학갔구요
그런데 지난 가을 수능을 며칠 앞둔 시월의 마지막날쯤 소식 뜸한 친구가 전화를 했드라구요
미국에서 온 어떤 사람이 통화하고 싶다구요.
난 처음에 미국가서 소식끊긴 여자친구인줄알고 그래? 하면서
반가웠죠
그런데 그게 아니었어요
k라는 남자
한때 결혼을 생각했고 유행가에서 첫사랑이란 단어만 나오면 떠오르는 얼굴.
그였습니다
88올림픽때 나와서 수소문하였으나 실패하여 11년이 지나 통화를 했어요
정말 20년 그렇게 세월이 빠른줄 몰랐어요
목소리는 똑같드라구요
단숨에 달려가고 싶기도 했지만 .....
결국 가지 않았어요
실망하고싶지도 실망시키고 싶지도 않았고
만약 벌받아 아이가 수능 망치면 어쩌나 저쩌나 하는 뭐 그런생각때문에..(시험은똑같았어요)
그는 그렇게 갔고 다시는 한국 나올일이 없다고 하더라구요
아버님마저 돌아가시고.
정말 영화처럼 필름이 돌아가더라구요
나이를먹으면 누구나 한편의 영화는 찍을수 있어요
그로부터 6개월후 지난5월 결혼20주년 기념일에 남편에게 고백했어요
언젠가는 미국가서 한번 만나겠노라고..
허락하더군요
(참고로 남편은 비슷한 경우에 만났거든요)
그날이 언제일지는 몰라도 그날을 그려봅니다
그동안 식구들 한테는 여전히 아름답고 정숙한 엄마 아내로 충실해야 겠죠.
비가 추적추적오는 오늘 그와듣던 옛노래를 흥얼거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