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친구는 심각한 상태로 마음의 병을 앓다가 몸마저 지치
고 힘든 상태다. 한달에 한번 만나는 모임에는 일부러라도 참석
을 하고있다. 집에만 있으면 더 기분이 쳐질것을 염려한 친구들
의 권유를 받아들이고 있지만 눈동자는 충혈되어 있고 밥맛도
없는지 조금 젓가락 을 들다가 곧 놓아버린다. 밤이면 통 잠을
이룰수 없어서 병원에서 받아온 수면제가 들어있는 약을 먹는
다고 한다. 그래도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소연이다.
초저녁 잠이 많고 쉽게 잠드는 나를 부러워 하는 사람들이 있었
는데 친구의 상태를 보니 잠 잘자는것 역시 복인것 같다.주위에
서 갱년기를 심하게 겪고있는 분을 보았지만 우리 친구 처럼 잠
을 못자니까 의욕도 점점 없어져서 집안일도 거의 손을 놓은 상
태다.정신과 치료도 병행하고 있는데 별로 호전되지 않아 본인도
초조해 하고 친구들도 안타깝다. 이런 저런 도움이 될만한 말도
해주었지만 어떠한 말도 그녀의 깊은 마음까지는 다가가지 않는
것 같다. 예전에는 수영도 하고 동생의 식당일도 거들어 주곤
해서 나는 그녀의 삶을 상당히 높게 평가 하기도 했었다. 어떤
친구가 보험을 권유했지만 사양하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서 노동
의 댓가로 살림에 보태고 있는 그녀를 내심 대견한 마음으로 지
켜 보았는데 식당일이 힘겨웠던지 마음의 병이 먼저인지 아뭏든
힘든 중년의 고개를 허덕이며 넘고있다. 작년에 여행갔을 때만
해도 건강했었는데 벌써 육개월이 넘었다.나는 그녀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병의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 하고...그녀는 일찌기
남편과 사별하고 아들 하나 데리고 혼자 살다가 두 아이 딸린
남자와 재혼해서 넉넉하지 않아도 첫 결혼때 낳은 아들 손을 잡
고 아들도 딸도 본인아들보다 어린 자식들의 엄마가 되었었다.
세 자식의 엄마가되어 살아 가자니 친구들에게 일일이 말은 안했
지만 그 얼마나 고충이 많았겠는가.이제 자식들이 대학생이 되었
고 하나있는 딸은 전문 학교 졸업후 취직 했다고 한다.회사원인
남편은 구조조정의 대상이되었다고 한다. 우리들 살림이라는것이
자식들 뒷바라지 하고나면 노후 대책도 변변히 되어있지 않은것
이 현실이다. 일찍부터 계획을 세웠다고 해도 목표를 이루기도
전에 생각지도 않았던 일들이 생겨서 이룰수가 없게되는 것이다.
그녀의 고민의 시작은 이 문제가 발단이 된듯?다. 마음을 비우
라고 해도 그것은 제 삼자의 여유있는 이야기로 들릴것이 틀림
없다.같이 나이들어 가면서 친구의 마음의 병이 왠지 서글프게
다가왔다. 나는 아직 갱년기 증상은 모른다. 성격적인 문제도
있는지 우리 자매 모두 그런 증상없이 나이가 들어있다. 가족들
도 이런 증상을 짜증만 내지말고 다독여 주면서 이해 해줘야 한
다고 생각한다. 우리 여자들이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서 살림을
이루고 아이 키우느라 얼마나 신경을 썼는가. 이제 중년의 고갯
길을 허덕이며 넘는다고 구박하지 말고 따뜻하게 안아주기를
바란다. 지금 고생하며 갱년기를 앓고있는 모든분께 힘내시고
특별한 병이 아니니까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시길 바라며 친구
또한 빨리 예전의 명랑한 모습을 ?기를 기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