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남자와 주고받는 메일로 잠시 혼란을 느낀 분의 글을 읽었습니다.
사람에게 '공감'을 주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더더군다나 얼굴도 알지못하는 이성에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일종의 그 분 나름의 카타르시스가 아니었을까요?
그것이 단지 결혼한 여자가 다른 이성과 어떤 다른 것을 '목적'으로 그랬다면 충분히 불륜으로 비화될 수도 있는 여지가 충분한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그 분이 남편아닌 다른 남자에 대한 호기심 내지는 기대감만으로 메일을 주고받았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하나 간과해선 안 될 일이 또 거기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사랑을 느낄 때...... 그 시작이 어떠했던가요?
무슨 영화에서 보는 것처럼 바로 눈 마주치자마자 불꽃이 튀기면서 갑자기 사랑이란 열병을 앓게되던가요?
물론 만에 하나, 그런 격정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요. 가랑비에 옷이 젖듯..... 시나브로 쌓여가는 끊이지않는 감정속에서 사랑도 싹트고, 정도 붙어가고 그렇게 우리들의 사랑이 시작되곤하지 않았나요?
남편에게도 아내에게도 그들을 부부로 묶게 만들었던 뜨거운 열정이, 결혼했다고 갑자기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 아시죠?
결혼과 동시에 그 동안의 모든 바람기가 잠재워져 그 배우자가 오롯이 나만을 사랑해준다면, 또 생리학적으로도 필연적으로 그렇다면 배우자의 외도로 고민하고 이혼하고 인생을 망치는 사람들이 왜 생기겠어요.
우리 아내들이 왜 남편의 귀가시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와이셔츠에 묻혀들어온 루즈자국에 흥분하겠어요.
부부가 性을 매개로 맺어진 관계라는 사실은 아마도 처음부터 현재까지 그 본질이 전혀 달라지지않았을 것입니다.
부부가 性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면, 배우자 아닌 다른 이성과의 또 다른 관계가 도대체 무슨 대수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왜 아내에게 남편 아닌 또 다른 남자가 그 존재만으로 불순해보이는 지, 또 남편에게 아내 아닌 또 다른 여자가 화근이 되는 지 바로 부부의 본질을 위협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인 것입니다.
다른 사이트에서 어떤 아내가 눈물로 호소한 글을 읽었습니다.
아내의 글이었는데, 그 집 남편은 대학때부터 알던 여자를 '여자친구'라며 결혼후에도 지속적으로 만나고 전화하고 그랬답니다.
아내와 싸우고도 그 여자를 찾아가 하소연하고, 그 여자가 말동무하자고 연락오면 부리나케 찾아나가고......
그러면서도 말로는 너만을 (아내)사랑하니까, 그 여자는 단지 '친구'일 뿐이니까 그런 자기를 이해해달라더래요.
하지만 그 여자친구의 존재가 아내에게 노골적으로 드러난 이후에는 아예 야심한 시각에 그 여자가 전화해 당당히 그 남편을 바꿔달라고까지 하는 일이 있더라는 겁니다.
그들이 과연 성적인 관계까지 맺었는지는 그들만이 아는 일이겠지만...... 그 아내는 그동안 겪은 마음고생을 써내려갔는데 너무도 서글픈 글이었습니다.
결혼을 한 이상에 과연 배우자아닌 다른 이성의 친구가 정말 필요할까요?
성적인 관계가 배제된 이성관계라도 과연 그것이 정신의 교감을 목적으로 한 '친구'가 될 수 있는 겁니까?
난 단언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리 순수한 관계로 시작한 이성친구라 할지라도 누가 감히 끝까지 '순수'하게 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편안해야 하는 것이 친구입니다. 아주 작은 것이나마 이미 갈등의 소지를 생각해야한다면 당연히 그 관계는 청산해야하지않을까요?
남도 못믿는다지만...... 과연 내 자신에게조차도 나를 잘 추스릴 수 있는 자제력이 있는 것일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