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제사를 지냈어요.
오전에도 비몽사몽..
오후의 일과가 대충 끝나가는 거 같네요.
음..
이대앞에서 자취하신 적 있다구요.
제 마음의 고향입니다.
제가 다닌 학교는 이대는 아닙니다만 친구들도 거기에 좀 있어서 놀러도 가구요. 무엇보다 그냥 이대앞이 좋아서 맨날 이대앞을 쏘다녔어요.
전 남녀공학 나왔어요.
한 번은 친구랑 이대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한 학생이 부시럭거리면서 뭘 꺼내더니 치맛단을 올리고 튿어진 곳 꿰매고 있는 거예요. 순간 놀랐던 기억......
우리 학교는 남자가 우글우글(?)해서 상상도 못하던 풍경이었지요.
그리고 신기한 건 잔디밭에도 편하게 벌렁 드러눕대요.
우리 학교도 잔디는 남부럽지 않습니다만 벌렁 눕는 여학생은 거의 없었어요. 그냥 얌전하게 앉거나 벤치에 앉죠. 잔디밭은 물론 남학생차지......
지금도 서울가면 이대앞은 꼭 갑니다.
일단 그린하우스에서 만나서 가미로 가서 우동이랑 주먹밥 먹어요. 아! 먹고 싶어라.
그리고 나서 차 마시러 가는데......
제가 예전에 졸업하고 백수일때 다른 백수 친구랑 이대앞 벤즈280에서 죽때리던 적도 있었구요. 나중에 가 보니 없어졌더라구요. 호호호 이야기 할까 말까......
그 친구랑 춤바람(?)이 나서요.
일단 오전에 10시 쯤 일어나서 밥 먹고 나면 한가한 비서실에서 월급만 받고있던 친구한테 전화가 옵니다. 수다 좀 떨고...
조카랑 좀 놀다가 머리감고 음악듣고 오늘 입고 나갈 의상을 점검합니다. 언니가 만들어주는 점심을 먹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책도 좀 보고...
시계를 본 후 화장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옷 챙겨입고 4시 전후해서 집을 나서죠.
좀 늦게 나가는 날은 시장갔다 오시는 엄마랑 마주칠 때도 있어요.
"너는 왜 꼭 남 들어오는 시간에 나가냐?"
"그럼 어떡해. 퇴근하는 친구 만나기로 했는데."
이대앞에 가서 이미 죽때리고 있던 친구 앞에 앉습니다.
차 한잔 마시고 씰데없는 이야기 좀 하고.....
저녁은 간단하게 뭐 먹을 때도 있고 안 먹을 때도 있고......
어디를 가냐구요?
마포 가든호텔 나이트요.
한 달 정도 다녔는데요. 수첩을 보니 일 주일에 두 세번씩 갔었더라구요. 하루씩 건너뛰어야 하는 이유는 나이트에서 12시 문닫을시간까지 놀고 집에 오면 너무 피곤해서 다음날은 쉬어야 해요.
학교 다닐때는 (믿거나 말거나) 얌전했어요.
나이트는 1년에 한 두번 정도.
가 보니 재미는 있던데 내 친구들도 별로 안 좋아하고.... 뭐 갈 기회가 없더라구요.
그런데 백수생활 들어든 시점에 방금 말한 친구를 만난 거예요.
원래 중학교 동창인데 서로 다른 길을 가고 안 만나다가 우연찮게 만나게 된 거지요.
12시에 끝나고 집에 택시타고 오면 대체 몇시입니까.
그 때 저 엄청 깨졌지요.
아버지가 자신의 힘으로는 안되니까 큰 오빠한테 일임을 하셨더라구요.(참고로 우리 아버지는 제가 집에 늦게 들어오는 걸 제일 싫어하셨어요)
10시에 와도 늦었다고 혼나던 제가요.
허구 헌날 12시가 넘어서......
저를 기다리던 오빠가 잠이 드는 날은 그야말로 행운이라 여기며
가만가만 화장지우고 살짝 세수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잠들고....
혼자 오면 혼날까봐 친구랑 같이 오고....
나중엔 그 친구까지 찍혀서 집에 전화도 맘대로 못하고......
그 나이크클럽에 돈도 제법 갖다바쳤지요.
백수 주제에.......
하하하하하하
한 달 정도 그렇게 미친년(?) 마냥 나이트를 갔었는데 웬걸.
이게 아니겠구나 하는 시점이 오대요.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발을 끊었습니다.
후련하게 놀고나니 별로 미련도 없구요.
뭐 갈 기회있으면 재미있게 놀기는 하죠.
저 춤 잘 못 춰요. 그냥 신나는 음악이 좋을 뿐이예요.
시카고에 산다는 친구가 바로 그 친구입니다.
얼마후 친구는 미국으로 남편따라 이민가고
저는 저대로......
그 친구가 3년후에 큰 애낳고 한국에 들러서 우리 집에서 자고 간 적 있거든요. 전 그 때도 미혼이었으니까요.
역시..
오랜만에 둘이 나이트 가고 싶대요.
애기 재워놓고 둘이 갔었죠.
정말...... 예전 같지가 않대요.
전처럼 신도 안나고....
그래도 한 3시간 놀다 오니....
애기가 글쎄 우리 가자 마자 깨더라나요. 엄청 울었대요.
3시간을 울더랍니다.
그 애는 또 유난히 엄마만 찾는 애거든요.
언니 오빠가 달래느라 고생했대요. 밖에까지 안고 나가고...
우리 큰 오빠 그 더러운(?) 성질에 화 한 번 안 내고 오히려 애기 경기 일으킬까 걱정하더라나요.
그 날라리가 미국가서 잘 살고 애기까지 낳아 가지고 온 거 보니 기특했나봐요.
후훗.
지나고 나니 다 추억이예요.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친구한테 전화왔었어요.
우리 고등학교 친구들 모임인데 그 친구는 내 친구랑 재수할때 학원에서 만난 친구라 같이 끼게 되었는데..
암튼 저랑 엄청 싸웠어요.
제가 원래 친구랑 큰 소리로 싸우는 타입은 아니거든요.
뒤에 가서 삐질 망정....
그 애랑은 정말 소리 고래고래 질러가면서 싸웠어요.
니가 잘했네, 내가 잘했네.....
우리둘이 한참 싸우고 있으면 한 아이가 듣고 있다가
"그만 좀 해라. 시끄러워 못 살겠네.."
세월이 많이 지나고 그 애는 우리 곁을 떠났어요.
우리 모임이랑 성격이 안 맞는다면서 그냥 따로는 만날 지언정 안 나오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랬는데....
잊어버릴만 하면 전화가 한 번씩 와서 기분좋게 수다떨고 끊어요. 만나기는 뭐해도 말은 잘 통하는 친구 있잖아요.
어제도 그러대요.
저랑 가장 부딪혔는데 오히려 제가 가장 보고싶대요.
그러면서 제가 애 키우고 사는게 너무 신기하대요. (유난히 제가 철부지였다는 뜻이예요.)
제가 전에 얼마나 철부지였는지......
그런데요.
정말 그래요.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이 있으면 절대로 애는 안 삐뚤어져요.
저도 그렇거든요.
인상쓰고 혼내시는 아버지는 하나도 겁 안 났었어요.
가장 겁나는 일은....
아버지, 그리고 엄마를 실망시키는 거.....
이더라구요.
JUNG 님
이대앞에 사셨다기에 옛 추억에 한 번 젖어보았습니다.
제가 이야기 한 곳 다 아는 곳이죠?
그런데 고향이 어디시기에 자취를 하셨나이까.
저 이제 어머님 제사 모셨구요.
이제 놀러 갈 일만 남았어요.
올 여름 방학 계획 빵빵하게 세워놓았어요.
모처럼 남편이 한가한 방학을 맞이했거든요.
작년까지는 특강이다 뭐다 해서 바빴었거든요.
이번 주말에 첫 테이프를 끊습니다.
야간에 나이 좀 많은 사람들 있는 반이 있나봐요.
그 학생들이 단합이 엄청 잘 되는데 이번 주말 학교 연수원으로 1박2일로 놀러간다네요. 무주에 있거든요.
저보고 왕비대접 받을 거라고 그러네요, 남편이.
그러면서 하는 말.
"육개장 60 인분 끓일 수 있겠니"
하도 기가 차서
"왜"
그러니까 하는 말.
제 육개장 솜씨를 자랑하고 싶대요.
"됐어" 그랬지요.
한 10인분 같으면 또 모를까.
다음 주에는 제주도.
그 다음주부터는 짬짬이 해운대.
그리고 서울.
그 다음주에는 시카고 친구 우리 집에 오고.....
참. 섬진강쪽도 가야지.
제가 신날 만도 하지요?
그 생각하면서 편지를 쓰노라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신이 맑아집니다.
전에 큰 올케 언니가 그러대요.
다른 거 없고 그냥 제가 발랄하게 사는 게 효도라구요.
그래서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하다가도
'에이. 내가 행복하면 부모님도 행복한 거니까 나 하고 싶은 거 할래.'하면서 지난 번 실크 원피스 한 벌 사입고 신이 나서 친정엄마에게 자랑했답니다.
그러면 얼마나 대견해 하시는지......
아낌없이 주는 나무......
그런데 참 이상해요.
우리 아버님은 자식한테 그렇게 애틋한게 없나봐요.
남편도 인정해요. 막내 도련님두요.
호호호
다른 여자와 멜 주고 받는 남편을 걱정하시는 답변 읽었어요.
JUNG 님은 마치 소녀같으시네요.
원재도 잘 있지요?
어제도 '원재'님 다녀가셨는데.....우리 집에(^^*)
요즘은 원재가 대필하는거 보니
남편님은 바쁘신가봐요?
JUNG 님. 더운데 아이들이랑 고생이 많으시네요.
그래도 일찍 끝나시니 다행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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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쓰고 저장을 눌렀는데 안 되더라구요.
저녁먹고 수박까지 먹고오니 되네요.
한글에 저장해 놓았던 거 여기다 붙이구요.
그런데 이제 비밀얘기도 힘들겠어요.
이제 남편이 여기에 눈길을 주기 시작했걸랑요.
아웅.....
지금도 여기 되는거 남편이 알려주어서 얼른 들어온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