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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눈물


BY cocochun 2000-07-09

50을 바라보는 남편이 어제,아니 오늘 새벽 4시에 술에 취해 들어왔다. 원래 술주정이 없는 남편이 오늘은 유난히 말이 많았다. 잠이 덜깨어서 입이 떨어지지않는 내게 사랑해 사랑해를 외치던 남편이
결국 누운채 내등뒤에 눈물을 떨구었다. "너무 삭막해 산다는 것이...하루 15,16시간 일해서 남들보다 좋은 차에, 자식들 과외공부시키고,이렇게 사는 것이 잘사는 거야? 내 인생이 불쌍해.이것이
정말 잘사는거냐구?"하면서 내 잠옷을 적시던 남편의 눈물이 오늘의
나를 되돌아보게한다. 나는 무엇을 했나, 내 남편의 저 외로움의 눈물뒤에서...아침저녁 식사준비로, 아이들 양육으로,또 자기 발견이라는 이름아래서 나자신을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나는 내남편의 눈물을 잊었다. 아니,내남편의 외로움을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 때가되면 주어지는 월급봉투에 의례적으로 "땡큐"를 연발해가면서,다시 태어나도 나와 다시 결혼하겠다는 오래전의 사랑의 고백에 안주하면서,
나는,나는 내남편을 유기해왔던것은 아닌지...가정지상주의인 남편을
조금은 답답해하면서,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오직 낙이었던 남편이,대학준비로,고등학교준비로 각기 바쁜 삶을 살아가는 아이들속에서,또 그뒷바라지한다고 뛰어다니는 아내의 무심함속에서 상처입고 상처를 입어서 더는 참아낼 수없어 술의 힘을 빌어 쏟아낸 말들은 하나하나 내게 더큰 가시가 되어 돌아왔다.한번 앉으면 일어나기가 힘들다는 남편, 어제야 알게 된사실...아! 미안해 자기야...
자기야 정말 미안해...우리 다시 시작해 볼까? 영원히 신혼처럼 살자던 우리의 약속,아직 유효한거지? 17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갈수는 없겠지만 이제 약속할께. 이제 자기한테 신경 많이 쓸께,적어도
아이들에게만큼,아니 때로는 쪼끔 더많이 자기를 생각해줄께.사랑의 표현은 더더욱 많이 해줄께. 더 늦기전에 알게되어 너무 감사해..
사랑해 자기야! 힘내...나와 아이들이 항상 자기를 지키고 바라보고 있어.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