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변강쇠가 조선팔도를 흔들어놓은 적이 있었다.
장승을 뽑은 불경죄로 험한 꼴을 보게 된 사내기도 했지만, 천하색녀라는 옹녀의 서방으로 그 위용을 떨친 것이다.
가히 변강쇠신드롬이라 불러도 될만큼 그는 정력면에서나, 체격조건면에서 뭇남성의 부러움을 흠씬 받은 인물임엔 틀림없었다.
그 당시, 영화배우인 이대근씨가 그 역할을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그는 변강쇠이미지의 대표적인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겠다.
사내다움의 전형이랄까, 남자의 獸性(수성)을 한껏 표출하던 그에대한 평가는 사뭇 고무적이다.
여자에게나, 남자에게나 공히 그 변강쇠란 인물은 남자다움의 최대치요, 또 남자의 천박함의 전형이랄 수 있겠다.
그런데 요즘의 男子들은 어떨까?
변강쇠까지는 그렇다쳐도, 아예 여자와 구별이 안될 만큼 변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노랗게 물들인 염색머리, 양쪽 귀에 한 두개씩 걸린 곱상한 귀걸이, 갸녀린(?)팔목에 차고 있는 금속성의 차가운 팔찌따위......
물론 페미니즘을 표방한, 여자들을 최대한 배려하겠다는 남자들의 올바른 시각도 많이 반영되었다.
그러나 옷이나 장신구는 그렇다쳐도, 행동이나 사고방식까지 여자를 닮아가는 것은 참으로 우려스럽다.
오늘 아침 중앙일보를 보다가, 한 가수의 컴퓨터광고사진을 보고는 이맛살이 다 찌푸려지는 걸 경험했다.
가시나무새, 상처......등등 요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조성모였다.
그는 해맑은(?)표정으로 아주 귀엽고 여자스럽게 보이는 앳되게, 게다가 살짝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고있는 것이 아닐까?
그 선전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기전에 우선 불쾌했다.
그야말로 소년이 그러고 있어도 어떨까싶은 그 모습이, 훌쩍 커버린 성년 남자가 의도적으로 그러고 있다니.
평상시 그 가수에게 무슨 불만을 가졌던 나도 아니지만, 아니, 오히려 노래 잘 부르는 가수라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징그럽단 생각까지 들었다.
마치 찬물을 확 끼얹은 것 같이, 정신이 번쩍나는 느낌이었다.
에쵸티니, 젝스키스니 하는 어린 미소년들이 나와서 그럴 때는 그래도 어린 소년이려니하고 보았었다.
하지만 이젠 멀쩡한 청년까지 (장가를 갔으면 애를 두엇 두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나이인) 그런 미소년 시늉을 하는 데에는 분명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요즘은 영웅이 없는 시대라고 한다. 어쩌면 남북이 대치되어 있는 지금의 현실이, 과거 어느 역사때보다 더 안정되고 풍요로운 평화시대를 구가하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인지도 모른다.
전쟁과 난세엔 각종 영웅과 호걸이 난무한다.
하지만 그래서 영웅이 없는 지금 시대가 평화라는 상대적인 개념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우리 젊은 세대는 연예인을 마치 그들의 우상인 양 떠받들고 사는 괴이한 시대를 만들었다.
온통 세상은 여자를 닮아가는 남자들로 판쳐가고, 과묵하고 근엄했던 남자상은 다 어디가고 우스개소리잘하는 남자가 인기순위 1위가 되었다.
이젠 의사인 사람도, 정치하는 사람도 모두 나와서 이야기할 땐 우스개소리를 섞어하지않으면 관심도 못끄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
그래서 이젠 그야말로 '개나 소나' 우스개소리 못하는 사람없는 전국민의 개그맨화가 되고 있다.
그 중의 남자들의 변신은 너무도 놀라워서, 우리 여자들의 고유영역(애교, 섹시, 청순가련 등등..)까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남자들은 왜 저들의 남자다움을 떨쳐버리고, 여자처럼 변해가는 것일까?
그 이유란 것이 너무도 단순하다. 단지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이유만으로다.
여자스러운 남자를 요즘 여자들이 좋아한다는 것이다.
남자는 끊임없이 여자를 구애하는 일에 합당하도록 변모하며 살아왔다. 그것이 그들의 역사니까.
수렵시절엔 짐승을 때려잡는 동물적인 괴력으로, 전쟁을 치룰땐 용맹함과 지략으로, 산업사회를 거칠땐 가공할만한 과학적인 두뇌와 사업으로......
하지만 이젠 그런 남자들이 업적이 궤도에 이미 올라있고, 여자들이 원하는 건 남자들의 로맨틱함인 모양이다.
남자는 여자가 원하는 대로, 여자가 좋아하는 대로 끊임없이 진화하고 변화하는 존재다.
그것이 여자에겐들 예외가 있으랴. 여자들 또한 남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능력으로 진화하고 변화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남자에게 여자의 의미는 크게 변화하는 바가 없기에, 남자의 변화보다는 덜한 편이다.
참으로 우려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우리집을 봐도 그렇다. 내 남편은 통신회사에 다니는데, 기술 엔지니어 매니저긴 해도 그야말로 전형적인 화이트칼라기때문에 거의 컴퓨터작업을 한다.
그에게 도끼를 주고 장작을 패라고하면 과연 그가 해낼 수 있을까?
회사 체육대회때 축구 몇 게임뛰고는 온 몸의 고통을 호소하며 며칠을 끙끙대던 내 남편.
다시 옛날로 돌아가 토끼잡고 사슴잡아서 생계를 유지하는 시대를 살아야한다면, 과연 내 남편이 날 먹여살릴 수 있을까?
지금은 매년 큰소리치며 연봉협상하는 그래도, 만약 그런 시대를 살아야한다면 영락없는 낙오자가 될 터인데......
아마 그 수렵시대였다면 내가 과연 지금의 내 남편을 뭐믿고 선택할까. 아마 택~도 없는 소리일것이다.
(삶은 자신에게 유리한 선택으로 끊임없이 지속되는 것이니까)
남자의 여성화는 비록 여자들이 자초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작금의 현실은 너무 심하지않나하는 생각에서 짧은 생각을 적어봤다.
칵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