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신랑도 회식이라 하고 또 비도 멋지게 내리고 있어, 친정 다녀오는 길에 4살된 아들녀석이랑 모처럼 빗속에 드라이브를 했다.
드라이브라고 해도 어디 해변가를 멋지게 달리는것도 아니고 그냥 서울 시내를 천천히 빗소리를 들으며, 또 라디오에서 나오는 분위기 있는 샹송을 들으며 이곳저곳을 다니는데... 신호에 걸려 잠깐 서 있는중에 인도에 걸어가는 어떤 남자가 눈에 확 들어왔다.
예전에 너무나 사랑했던 옛애인과 뒷모습이 너무 똑같았다.
그 사람도 이렇게 비오는 여름엔 언제나 긴소매의 티셔츠나 남방을 입고 내 앞에 나타났었지...
걸어가던 사람은 예전의 내 애인보다 키는 좀 작았지만 체격이나 옷 입은 맵시가 너무나도 똑 같았다.
그 사람을 보는 순간, 눈 앞은 안개가 낀 것처럼 뿌얘지고 온통 머릿속은 그때 그 사람한테로 달려가고 있었다.
체격이 많이 컸지만, 그 큰 체격과는 다르게 섬세하고 따뜻하고 자상했던 사람. 그리고 행동과 말씨가 너무 귀여워 '깜찍이'라는 별명을 갖고있던 사람.
서로 너무 뭘 모르던 시절에 만나 서로에게 많은걸 가르쳐주고 또 많이 배우며 하나하나 알아가면서 사랑했던 사람...
휴.....
많이 사랑했지만, 결국은 내가 돌아서는것으로 끝이 나버렸지만 나쁜감정이 생겨 헤어진게 아닌이상 이렇게 날씨가 뭔가 옛날 추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오늘처럼 비슷한 모습의 사람을 보거나 하면 정말 참아내기 힘들만큼 생각이 난다.
지금은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는것만 아는데... 결혼도 아직은 안 했다고 들었는데... 그 사람도 나와 비슷한 모습의 사람을 보면 나처럼 이렇게 마음이 찡한 상태로 한참을 헤매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