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저 어제 아침에 넘어졌어요. 잉~잉
사택아줌마들 보는데서.
화단끝 뾰족히 나와있는 철근을 못보고 그만 걸려 넘어졌어요.
손 여기 저기, 다리 여기 저기 피도 나고 긁혀서, 그리고 너무
챙피해서 금방 일어날수 도 없었어요.
차에 휴지도 없고 그래서 스타킹 벗어 피 닦고... 잉~잉
신랑한테 mail을 띄웠어요.
[[ 자기야~
이 얘기 들으면 '잘~했~다!' 할거 분명한데도 왜 얘기하냐면요?나 지금까지 남들앞에서는...
자기한테야 내 이쁜 모습(?),흉한 모습,못된 모습 다 보여줬기 때문에 구박도 받고 한대 퍽 얻어 맞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남들한테는 그런 나의 헛점(?)을 보이기 싫어 항상 완벽한 모습만을보이려고 했던 거.
남에게 피해를 줄 생각도 않고 남들도 그러하길 바라며 살았던 거. 인정해요.
너무 완벽한 모습이면 사람 사귀기 힘들겠다는 걸 알았어요.
조금은 헛점도 보이고 약한 모습 숨기지 말고 다 보이고, 엉뚱한 모습도... 그래야 할까봐요. 그냥 그런 생각들이 들었어요.
그렇게 되면 자기한테 얻어 맞는(?) 횟수도 엄청 더 늘어날텐데... 히히.
그런데 지금 너무 아파요. 잉~잉.]]
제가 어제보낸 편지 오늘 답장이 왔어요.
[[ 많이 아팠지?
세상 살다보면 넘어질 때도 있고,뒤로 넘어져 코가 깨질때도
있는 것이구먼...
다시는 그 자리에 넘어지지 말라고 내가 힘들게 잘라버렸으니
조심,조심 다녀.
자기 말대로 어쩌다 헛점들 보여도 괜찮을 것도 같아.
요즘 자기 힘들어 하는걸 보면,나도 힘들어지니까 힘내.
나도 회사 일이 쉽지만은 않아.하지만 자기랑 재구를 위해서
내색은 하지 않잖아. 힘내서 일하고,
저녁에 우리 따끈따끈한 술 한 잔 하자.
자기 화이팅!
자기 사랑해! ]]
어! 이런 남편이 아니었는데...
신랑한테 이런 다정한 면이 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어요.
경상도 남자들은 엄청 무뚝뚝 하다잖아요.
우리 남편이 바로 그래요.
그런데 이런 답장을 받아보니 넘어져 생긴 상처가 하나도
안 아픈거 있죠?
신랑의 사랑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면 넘어지고, 또 자꾸
넘어져도 하나도 안아플것 같아요.
어제 퇴근했더니 사택에 소문이 나 있더라구요.
우리 신랑이 뭔가를 열심히 자르고 있길래 봤더니 철근이더래요
너무 자상한 남편이라고 아줌마들이 부러워들 하네요.
저 참 행복한 여자죠?
오늘 퇴근하고의 일이 무척 기대됩니다.
여러분들도
퍽! 하고 한번 넘어져 보세용!!!!!
가족과 함께 즐거운 저녁시간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