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꼭 같은 일을 당했어요..
부산에서요..
그것도 첫월급을 몽땅!
전 부산에 있는 꽤 좋은 호텔의 후론트에 취직을 했어요.
첫월급을 탔고, 봉투째 엄마를 드리고싶다는 욕심에 뜯지도 안았었어요.
그날.. 보슬보슬 비가 내렸어요.
선배 언니를 밀면집 앞에서 만나기로 해서 우산도 없이 밖으로 나갔었거든요.
근데 어떤 남자가 오더니.. 자신이 포항제철 과장인데 친구를 만나러 부산에 왔답니다.
그런데 차가 고장이 나서 포항까지 갈수 없으니 돈을 좀 달래요.
얼마면 되겠냐며 지갑을 꺼냈는데 -저는 만원이면 차비가 될줄 알았거든요.
근데 지갑과 함께 월급 봉투가 딸려 나온거예요.
그 사람이 월급 봉투를 보더니 월급 봉투째 빌려주면 꼭 갚겠다.
차를 고쳐서 차와 함께 내려가는게 좋지않겠냐...고 했습니다.
저는 선뜻 봉투째 줬어요.
-아저씨, 이거 제 첫월급인데 꼭 갚으셔야해요..
그리고 다음 일요일에 그 거리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부산의 가야밀면앞, 태광산업 앞에 있는 육교 아래 였습니다.
아마 그는 태광산업을 다니는 공장아가씨들을 노렸던 듯 합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날 나오지 않았습니다..
세시간을 기다려도 안나오길래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인간에게 실망이 느껴져 길가에 쪼그리고 앉아 울고있었던 나는..
전날 만났던 그 선배언니의 손에 끌려 오면서도 설마,설마했습니다.
세월은 흘러...
난 수원역에서 맨날 동전을 구걸하는 남자를 봅니다..
처음엔 돈을 줬지만..
이제는 아저씨, 도대체 몇번째예요? 신체도 건강해보이는 분이 이런 구걸은 도둑질과 마찬가지예요. 라며 따끔하게 질책도 하는 아줌마로 변했습니다.
그때.. 내 첫월급을 가져가고도..
그는 잘 살고 있을까요..?
혹시 아하님이 마주쳤던 그분이 내가 만났던 그분이 아닐까요..?
그해 칠십이만이천사백원은 작은 돈이 아니었습니다.
은행 다니던 친구들 월급의 두배에 가까운 돈이었으니까요..
나는 그일을 겪은 후로도..
그 아저씨가 돈 꿔갈때 마음과 돈 갚을때의 마음이 달라서 그렇지 처음부터 작정하고 거짓말을 한 건 아니라고 생각했었지만..
직장의 선배언니들이 그러더군요.
그런일 당한 사람 너무 많다고...
세상은 얼마나 우리를 더 속일셈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