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큰아이 유치원에서 캠프가 있어 낮에는 바닷가에서
놀고 저녁에는 유치원에서 하룻밤을 자게 되었읍니다.
우리 큰아이는 여직까지 한번도 엄마랑 떨어져 본적이 없어
큰맘먹고 외박을 시키기로 생각했읍니다. 평소에는 굉장히
활발하고 자기주장도 강한편인데 그런면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여 작년 처음으로 유치원에 보낼때도 엄마와 안떨어지려고
난리를 부려 애를 먹었거든요.
캠프 시작하는날 유치원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와 저녁에
캠프화이어 하는 시간에 맞추어 유치원에 가니 벌써 심기가
불편해 있었읍니다. 울면 바보라고 집에서부터 신신당부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 눈은 엄마나 찾고 있었읍니다.
그 재미있는 캠프화이어는 뒷전인채로. 캠프화이어가 거의
끝나갈 무렵 드디어 울음보가 터지더니 잠자리로 들어갈때까지
눈물 콧물 다 빼는 거였어요. 주위를 살펴보니 집으로
데려가는 아이들이 반은 되는것 같았읍니다. 나도 그냥
데려갈까. 갈등... 갈등... 아니지 내가 마음을 먼저
단단히 먹어야 아이도 그만큼 크겠지.
한참을 달래도 보고 혼내도 보았지만 아이의 울음은 그칠줄을
몰랐읍니다. 같이 간 동네 아줌마가 그냥 두고 가자고 해서
돌아 돌아 보며 유치원을 나왔읍니다. 목이 아픈걸 참아가며.
밤새 뜬눈으로 새다시피하고 집에 오는 시간에 맞추어
집앞으로 나가니 조금은 뿌듯한 표정으로 동네에서 유치원에
같이 다니는 동생을 챙겨가며 돌아오는 모습을 보니 개선장군
같았읍니다.
이래서 아이와 부모가 같이 큰다고 하는구나. 무슨 큰일이나
한듯 마음이 꽉차는 기분이었읍니다. 얼마전 친구와의 통화중
아이를 다른방에 재우기 시작했는데 아이는 멀쩡히 엄마도
안찾고 잘 자는데 괜히 친구가 마음이 아파 아들방에 가서
잔다고 하는 얘기를 웃으면서 했었는데.....
나도 아직 멀었구나. 이러다가 나 때문에 아이가 안크진
안을까 하는 기우마저 듭니다. 부모가 강해야 아이도 강하게
큰다는데 왠지 겁부터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