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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밟기 ...... (2)
BY 바람과나무 2000-08-08
사랑하지 않아야 할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리하여 그와는 언젠가 헤어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그 사랑은 가혹한 형벌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 사실을 깨닫고도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모든 것을 터뜨리는 사람이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사랑은 왜 이처럼 현명하지 못한가 모르겠다.
-이 정하의 시집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의 책머리-
바람이 나무에게..
숙소를 향해 가던길에.. 당신과 마지막으로 함께 했던 그 통나무 cafe를 보았지요.. 시간의 흐름 탓일까요? 황토빛의 탄탄 해 보이던 통나무 색에서 이제는 관록을 말해 주는 듯한 짙은 갈색으로 변한 듯 싶더군요..
그 cafe 에서 당신은 내가 하루에 한잔, 꼭 점심 식사 후에 커피를 마시는 습관을 기억 했다가.. 나를 위해 당신은 좋아 하지 않는 커피를 같이 주문했었지요.. 같은 것을 마시고 싶다며..
남편이 "저집 멋있는데.. 한번 들려볼까?" 하는데.. 난 아니라고 대답했지요.. 그안에 꼭 당신이 있을 것 같고.. 그렇다면 남편과 함께 있는 나는 당신을 모른척 해야 하는 순간을 어떻게 내가 감당하겠어요?
그 cafe에서 내가 전해준 시집을 갖고 있나요?
[너는 눈부시지만 나는 눈물겹다]
그 책 첫장에 내가 뭐라고 써서 당신에게 주었는지도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 군요.. 하지만 그 시집을 산 서점은 기억하고 있지요. 중앙시장에서 나와 항구쪽 도로변에 있던 자그마한 서점이였지요..
그 책을 사고 갓배였나요? 쇠꼬챙이 같은 것으로 배 위에 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스로 배를 끌어서 건너편에 배를 닿게 하던 그 땟목 같은 배를 타고 건너가 한정한 사장에서 모래허물기 게임을 했었지요... 순수함으로 즐거웠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침묵으로 바라보던 바다 또한 내 가슴에 모두 담겨져 있습니다.
휴가의 이틀째 되는 날. 이번에도 난 송지호에 들렸었지요. 그곳의 해송들을 보며 그 그늘 어디선가 당신이 나무와 나무사이에 해먹을 매달아 놓고, 섹스폰을 연습하다가 쉬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달리는 차안에서도 난 부지불식간에 해송숲을 뒤지듯이 바라보았지요.
전화선을 타고 늘 들려주던 그 연주곡들... 그리고 당신 가게의 Live 무대에서 직접 연주 해주던 것들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지요.. 지금은 어떤곡들을 연습하고 있는지..
지난 연말에도 소년소녀 가장들을 위한 자선공연을 했겠지요? 잘 치루었나요? 건반을 하던 선배형과의 마찰은 없었는지요. 3년전에는 마찰로 인해 공연이 취소될뻔한 위기도 있었잖아요.
당신의 섹스폰 소리는 내 흔적 밝기에서도 어쩔 수 없는 여백으로 남는 군요.. 그 누구도 체우지 못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