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이었다.
세탁기가 오래되니 말썽을 부리지 뭔가.
물이 안 받아지고 자꾸 새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서비스를 불렀다.
금방 오더군. 요즘 서비스 하나는 끝내준다.
아주 작은 아저씨였는데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인가보다.
인사만 하고 들어와서는 세탁실로 안내하니까
그리로 들어갔다.
우리는 다용도실에 세탁기와 나란히 렌지대를 함께 놨다.
그래서 나란히 놓인 곳의 공간이 별로 없다.
그 아저씨, 앞으로 세탁기를 잡아당겨 눕히고는 간신히
세탁기 너머로 건너갔다.
세탁기 눕힐때 작은 공간에 걸려있던 무엇들인가가
떨어지는 소리가 좀 났다.
요구르트병등..
아저씨가 열심히 밑판을 뜯어내고 들여다 보더니
500원짜리 동전을 꺼내는 것이 아닌가.
항상 종이등으로(지폐가 나올때도 있음) 애를 먹으면서
여전히 주머니 뒤지는걸 소홀히(에구~ 내 살림솜씨 다 드러나네)하는 나.
하여간 동전때문에(이러니 세탁기 오래돼 그런게 아닌걸)
그랬던 것이다.
금방 서비스가 끝나고 세탁기 제자리에 도로 놓으려
할때 그 뒤에 너무 지저분한것 같아 아저씨한테
창피하기도 하고 그래서 미안한듯한 말투로
얘기 했다.
"아저씨.. 거기 떨어진것들좀 주워 주실래요?"
당연히 요구르트병이나 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저 잡다한 나부랑이들이겠지 싶어서 그랬는데
아무 말도 안하고 쓱 집어서 건네주는 그 물건
순간 어찌나 당황스럽고 얼굴 화끈거리고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사태가 발생!!
언제나 세탁바구니를 세탁기 위에 올려놓고
빨래감들을 다용도실 밖에서 휙 던져 넣곤 한다.
어느날 부턴가 빨간색 꽃무늬로 얼룩얼룩한 팬티가
안보였다.
이상하다 하면서도 그런가부다 하고 그냥 지나쳤는데
아 글쎄 그게 거기서 그 아저씨의 손가락에 걸려
대롱대롱 나올게 뭔가.
그것도 며칠이나 됐는지도 모를만큼 오래된,
입었던 팬티가...
어떻게 계산서를 받아들고 돈을 건네 주었는지 모른다.(본김에 다른 부속도 하나 갈았음)
아무리 뻔뻔한 아줌마라지만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