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하고 돌아와 점심을 먹고 TV 를 보고 있었다. 남쪽의 남편
이 북쪽의 아내에게 쌍가락지를 끼워 주며 연신 감정에 겨워 울
먹이는데 북에 있는 아내는 차분히 앉아 있다가 자꾸 눈믈짓는
남편을 보며 손수건을 눈에 대고 있었다.말소리는 들리지 않았
지만 그분들의 모습을 보니 오십년의 세월을 가슴에 묻어 놓고
한시도 잊을수 없었던 그리움을 어떻게라도 표현하려고 하시는것
같았다.가까이 있기에 소중함을 모르고 무슨 행사때나 돼야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지내는 친척들인데 만날수 없기에 더욱 그리웠
을 것이다.덩달아 눈물이 나왔다.빨래를 접으며 눈길을 주고 있
는데 따르릉 벨이 울렸다.큰아이 고등학교 이학년때 만났던 어머
니였다.우리는 지금도 둘이서 만나고 있다.원래 반모임을 열분이
하고있었는데 졸업 후에도 하자고 했지만 모임도 몇개 있고 해서
그만 두었는데 나 보다 세살 많으신 그 분이 둘이서 가끔 만나자
고 하셔서 지금껏 만나고 있다.여럿이서 만나는 즐거움도 있지만
둘만이 만나는 재미도 있다.작년에는 여행도 둘이서 다녀 왔다.
여행사에 의뢰해서 같기 때문에 단체 여행이였지만 짝이 되어
다니니 마음도 편했다.떠나는날 공항에 데려다준 남편이 그 어머
니에게 잘 부탁 한다며 인사를 했다고 여행 하는 내내 나를 동생
처럼 보살펴 주었다.원래 길눈이 어두운 나는 가보지 않은 곳에
는 운전 하기를 겁을 내고 있어서 늘상 남편 뒤를 쫓아 다녔다.
아무튼 우리는 자유 시간을 줘서 신사이바시에서 둘이서 돌아 다
니다 저녁은 일본 라면을 먹어보기로 하고 라면 집에 들어갔다.
남편과 휴가때 두번 갔을때는 라면을 먹어 보지 못했었다.칠백엔
짜리를 주문 하고 먹어 보았는데 좀 느끼한것 같았다.국물 맛도
좀 짜고 ..우리집은 약간 싱겁게 먹는편이라 그렇게 느껐는지도
모르겠다.작년에는 친구들 여섯이서 여행도 하고 그 어머니와 둘
이서도 했지만 느끼는 즐거움은 각기 달랐다.그런데 밤이되자 잠
을 잤는데 첫날은 내가 먼저 잠들어서 몰랐는데 다음날은 그 어
머니가 첫날 잠을 한숨도 못잤다고 하더니 그야말로 초저녁 잠이
많은 나보다 더 빨리 코를 골기 시작 하는데 아무리 잠을 잘 자
는 나지만 시끄러워서 잠이 들지가 않았다.드르렁 드르렁 하다가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아서 깜짝 놀라 흔들어 보면 응 하고 몸을
비틀어서 아 괜찮구나 하고 안도 하기를 여러 번이였다.남편과
나는 코를 골지 않아서 잠을자며 탱크 지나가는 소리를 내는 그
어머니의 콧소리에 놀라기도 하고 웃읍기도 하고 그렇게 애쓰다
가 겨우 잠이들었다.그러나 돌아와서 한달만에 백화점에서 그분
을 만났는데 나도 모르게 그어머니를 두손으로 안았다.여행 하며
정든다더니 코골때의 괴로움은 사라지고 언니 같은 정이 느껴졌
다.그러나 요즈음은 속이 좋지 않다고 한약도 먹고 침도 맞는다
고 했다.나랑 뭐든지 같이 해 보자고 했는데 서로 하는것이 달라
시간을 맞출수가 없었다.오늘 만나서 구월달 부터 같은 취미로
맞추기로 해서 이젠 자주 만날수 있을것 같다.뭐든지 적극적인
어머니시고 체격도 좋으신데 위가 약해서 늘상 말성 이시다.그래
도 인연이 되어 학년이 바뀌면 그만인데 지금껏 만나고 있다.
살아 가면서 대화를 나눌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것에 고마움을 느
낀다.사는 날까지 잊지 않고 서로 챙겨 주며 그렇게 살아가고 싶
다. 여러 사람에게 주기보다 받기만을 하고 살아온것같아 죄송
한 마음도 든다.둘만의 만남을 소중히 간직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