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374] 제 목:[펀글]선풍기를에어컨이라우기는나라
[펌]선풍기가 에어콘이라고 우기는 나라
-------------------------------------------------
선풍기와 에어콘은 비록 겉모습은 서로 달라도 국민
들의 더위를 식혀 준다는 일념하에 열심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더운나라'의 '더위식힘부' 장관
께서 '너네 지금 하는 일들을 보니까 겹치는 게
많아서 전력은 전력대로 낭비고 국민들의 체온도
너무 떨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크다. 앞으로는 서로
겹치는 일을 모두 하려 하지 말고, 선풍기는
풍량조절을, 에어콘은 실내 온도 조절을 하려무나.
그러기 위해서 에어콘은 달려 있는 풍량조절 단추를
작동시키지 말고, 선풍기는 에어콘이 판단해서 적당
하다고 생각되는 온도를 정해 차가운 바람을
선풍기에 불어주면 그 찬 바람을 국민에게 그상태
그대로 전해주려무나.'
순진한 에어콘은 앞으론 묵묵히 찬 바람을 뿜지 말고
머금은 채로, 국민이 아닌 선풍기 앞에다 얌전히 뿌려
줘야 하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근데 선풍기가 '더위식힘부'에 있는 동료 선풍기와
힘을 합하여 선풍기법을 만들어서는 '선풍기는
에어콘이 정해준 온도와 상관없이 국민들을 맘대로
바람맞출 수 있다..' '선풍기는 에어콘이 적정 냉방
온도를 정해줘도 선풍기 맘대로 에어콘이나 국민들
한테 알리지 않고 국민들을 바람맞출 수 있다.' 라고
정해버렸습니다.
에어콘은 약속이 다르지 않냐며 여기저기 항의했지만
아무도 귀기울여주지 않았습니다. 왜들 이럴까?
에어콘이 곰곰 그 사정을 살펴보니 '더운나라'의
전력량이 애초부터 선풍기랑 에어콘이 함께 쓰기엔
턱없이 모자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이전
부터 쭉 알고 있었지만 혹시나 싶어 들여다본 결과,
아무리 선풍기를 유심히 살펴 보아도 선풍기에는 실내
온도조절 기능이 없다는 사실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묵묵히 일하던 에어콘이 '더위식힘부' 장관한테
선풍기는 실내온도조절의 기능이 원래 없고, 온도
조절은 에어콘의 고유 권한이자 이번 제도의 기본적
인 대전제이니까 원칙에 맞게 선풍기법을 고쳐주세요
라고 얌전히 요청했습니다.
근데 들은 척도 안 하십니다. 열심히 얘길 해 봐도
에어콘 얘길 들어주는 사람이 더위식힘부에 단 한 명
도 없습니다.
그동안 턱없이 모자란 전력량을 제공받으면서도
놀라운 효율로 국민들의 더위를 식혀 주고 있던
에어콘은 어쩔 수 없이 '선풍기법 안 고쳐주면 우리
에어콘은 국민들이 너무 더워하시지 않는 선에서 작동
을 최소화할 겁니다.'라고 선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랬더니 이게 왠일입니까?
더위식힘부 장관이라는 사람이 에어콘을 달랜답시고
고쳐달라는 선풍기법 얘기는 꺼내지도 못하게 하고,
에어콘 대표들을 창고 속에 쳐박아 놓고는, 출고된지
얼마 안 되는 에어콘들한테 '많은 전력을 배분해
주께, 그거 할라면 돈이 무지 많이 들지만 몽땅 국민
부담으로 돌려서 니들한테 주께, 그러니까 작동을
하도록 하여라' 라고 뚱딴지같은 대답을 합니다.
또, 마치 기다렸다는듯이 선사시대(선풍기를 사랑
하는 시민들의 대표)사람들이 '에어콘 니들 여태까지
전기를 그렇게 많이 먹어놓고는 이제 와서 국민들의
더위를 볼모로 전기 좀 더 먹어보겠다고 작동을 아예
안 하겠다고 까불어? 니들 이러면 온 국민이 나서서
에어콘 줄을 잘라 버릴거야.'라며 마구 협박을
합니다.
나름대로 작동을 하고 있는데 작동을 전혀 안
한다고 몰아세우니 황당한 에어콘은 열심히 똑같은
얘기-최소한의 냉방을 통해 생명이 위협받지 않게
더위를 식히고 있고, 원래 놓여 있던 곳이 아닌 다른
더운 곳에서 무료로 작동을 하고 있노라고-를 수백
번 반복해 보지만 어찌된 일인지 국민들도 똑같은
말씀만 약속이나 하신듯이 반복하십니다. '도둑놈
같은 에어콘놈들 지들 때문에 내는 전기세가 얼만데
전력을 더 먹겠다고 국민의 더위를 볼모로 집단이기
주의적으로 작동을 아예 중단해? 빨리 본연의 냉방
업무로 복귀해라 이 나쁜 놈들아!'
황당한 에어콘은 국민들이 왜 이러실까 싶어 옆에
있는 테레비란 녀석을 봤더니 이게 또 가관입니다.
온 국민을 상대로 에어콘이 작동을 아예 중단해서
이나라가 온통 땡볕더위속에 빠져들고 있다고, 그런
더위속에 국민들이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고 말입니다.
에어콘이 열심히 테레비한테 따졌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거짓말을 할 수 있느냐고. 하지만 막무가내
입니다. 테레비 위에 놓인 글자가 까맣게 빽빽히
적힌 휴지조가리들도 한몫 크게 거들고 있습니다.
에어콘은 컴퓨터한테 도움을 청해 국민들에게 직접
사실을 알리기로 하였습니다. '선풍기는 실내온도조절
기능이 없습니다. 따라서, 실내온도는 국민 개개인의
더위 정도를 파악하여 에어콘이 정해준 대로 조절
되어야 합니다.'
그랬더니 이번엔 또 선풍기들이 뭐라고 합니다.
'선풍기의 직능을 무시하는 에어콘과는 협조할 수
없다.' '선풍기가 에어콘을 대신해 무료로 실내온도를
낮춰 주겠다.' 도대체 무얼 믿고들 이러나 싶어서
살펴 보았더니 선풍기들 정말 대단합니다. 국민들이
앞에 보이기만 하면 먼저 얼굴에 물부터 뿌리고는
미풍, 약풍, 강풍 / 1-2-3-4-5 / 각 스위치가 왜
있을까 싶게 무조건 강풍, 5번으로만 날개를 돌려
댑니다. 그리고 계속 덥지 않냐고 국민들에게 유도
심문을 해서는 그렇다는 대답이 나오기가 무섭게
'이 부채를 부치면서 선풍기를 틀면 효과가 엄청나다'
며 부채를 덤으로 팔고, 심지어는 계속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자라고 서슴없이 권합니다. 에어콘은
선풍기 틀어 놓고 잠들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데
어찌 저렇게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어 충심으로 국민들께 호소합니다.
실내온도조절은 에어콘만이 할 수 있고, 아무리
선풍기바람 세게 틀어 놓아도 선풍기 앞에 있을 때만
시원하지 선풍기 꺼지면 도로 덥고, 근본적으로 실내
온도가 조절되지는 않는다고, 따라서 전력손실은 더
크고, 선풍기한테 2시간만 작동하랬는데 20시간 작동
하라는 것으로 잘못 보아 20시간 작동 도중에 국민이
잠들어 버리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그러던 어느날, 동문서답을 일삼던 더위식힘부
장관이 에어콘들한테 최후통보랍시고 윽박지릅니다.
니들 자꾸 아예 작동 안 하면 국민들이 너무 더워하지
않는 최소한의 냉방팀 - 일시 국가 보관용 창고에
넣어 둔 에어콘, 선풍기등 - 을 우리가 맘대로
정해서 니들 있던 자리에 갖다 놓을거야. 그리고
니들 여태껏 냉방작동했던 기록을 다 무효로
만들거야. 출고된지 얼마 안 된 에어콘들이 까부는데
니들 다 국가 보관용 창고에 집어 넣어버릴거야.
서글퍼진 에어콘들은 그래도 진실은 승리한다며
열심히 국민들의 더위를 식히는 동시에 국민들의
막힌 귀를 뚫으려 오늘도 애쓰고 있습니다.
만약 지금 이대로 에어콘의 진실을 향한 끊임없는
열망이 묻혀버린다면 '더운나라'에는 더 이상
에어콘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대놓고 말하지만 않았지 선풍기가 에어콘이라고 빡빡
우기고 있는 나라가 바로 더운나라의 비참한 현실인
것입니다.
전 세계의 여러 나라 - 더 더운나라, 폭염나라 -
기자들이 더운나라를 비웃고 있습니다.
"저 무식한 나라에서는 에어콘만 빼고는 모든이들이
선풍기가 에어콘이라고 우기고 있다는군...하하하"
마냥 밉기만 한 테레비를 오늘도 하염없이 바라
보며, 비록 광고이긴 하나 저 말들이 사실이기를
간절히 바라며 에어콘들은 마지막 희망을 가져
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더운나라는 당신을 생각하고
당신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