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시판에 어울리진 않겠지만 하두 재미있어서 퍼왔습니다.
============================
고등학교 때 있었던 일입니다.
생물시험을 봤었죠...
문제 내용은 정확히 기억은 안나지만 아마도 소화기관의 맨끝부분의 명칭을 묻는 것이었던지 정답이 '항문'이었던 문제였죠.
문제는 충분히 이해했는데, 막상 정답을 쓰려니까 그 '항문'이라는 말이 영 생각이 나질 않는 겁니다.
(그런 경우 있잖아요, 아주 쉬운건데도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당황하는 경우... 머 하여간 그런 경우였습니다.)
그래서 시간은 촉박하구 답은 써야겠구...해서
챙피하긴 했지만 '똥구멍'이라고 쓰고는 답지를 제출했습니다.
생각하다, 생각하다,, 할수없이 쓴거죠 뭐...
사실 우리집에서는 다들 똥구멍이라고 하거든요..
시험이 끝나고 정답이 '항문'이란걸 알았을땐 왜 그리도 얼굴이 화끈대던지...
정말이지 무지 쪽팔리더라구요...
....
생물선생님은 항문 이외의 답은 다 틀린 것으로 한다고 하셧습니다.
....
그렇지만 억울했습니다...
똥구멍도 어감은 안좋아도 항문과 결국 같은 말 아닙니까?
용기를 내서 교무실로 선생님을 찾아갔습니다.
"선생님, 똥구멍도 맞는 걸루 해 주세요,
항문과 똥구멍이 결국은 같은 말이잖아요...
우리집에서는 똥구멍이라고 하고, 사실 순수한 우리말이기도 하잔아요...(박박 우기기도 하며...울먹울먹하기도 하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생물선생님께 사정을 했습니다.
국어를 맡고 계시던 우리 담임선생님도 제가 좀 측은해 보였던지,, '순순한 우리말'이라는 말에 감동받으셨는지 '맞는 걸로 해도 되지 않겠느냐'고 하시면서 옆자리에서 슬슬 거들어 주셨습니다.(다행히도...)
생물선생님은 한참을 생각하시더니 맞은 걸로 해주겠다고 하셨습니다. (아마 국어선생님의 '순수한우리말'이라는 말에 약발이 받았던건 아닌지...)
...야~~호~~~ 야호!!!...
교실로 와서 애들에게 신나게 생물선생님과 협상한 무용담을 자랑을 햇죠.
이러저러해서...어쩌구저쩌구...미주알고주알,,,
...'똥구멍'은 맞은 걸로 해주기로 했다구....
그러자 갑자기 애들 너댓명이 우루루 교무실로 달려가더군요...
사연인즉,,,
그 친구들은 '똥구녁'이라고 썼다는 거에요.
'똥구녁'도 맞은 걸로 해달라고 생물선생님한테, 열심히 졸랐다나요?
자기네 집에서는 똥구녁이라고 한다나....
또 그것도 순수한 우리말이라고 ...
그러나 담임선생님(국어)도 차마 그것은 좀 듣기가 곤란했던지 아무말이 없으셨다던군요...
그 다음 생물시간....
여기저기서 친구들이 일어났습니다.
"선생님, 똥구녁도 맞는 걸루 해 주세요..."
"선생님, 동구녘도 맞는 걸루 해 주세요..."
...
근데요,,,
알고보니까 벼라별 답을 다 썼더군요...
똥구녁만 썼는줄 알았더니,
똥구녘, 똥꾸멍, 똥꾸녁, 똥꾸녘, 똥꾸녕, 똥구녕, 똥꾸먹,
똥꾸?E, 똥구?E,,
.........
그 놈의 항문에 대한 말이 그토록 많은 줄은 그때 처음 알았으니까요..... 정말 많더군요...
더 웃긴건,,,,
이뿐만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 친한 친구 놈이 있었는데,
그놈도 결국 생각하다,, 생각하다 이렇게 썼더군요...
..
..
..
..똥꼬....
결국 선생님은 항문, 똥구멍만 맞는 걸루 하고 다 틀린 것으로 처리한다고 엄숙히 선언하였습니다.
=========================